다름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

by 선율

이 세상에 나와 완전히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주 그 ‘없음’을 외면하며 살아간다. 마치 너와 나의 모양이 꼭 맞아야 관계가 온전히 유지될 것처럼 믿는다. 우리는 비슷한 취향, 비슷한 가치관, 비슷한 삶의 속도를 가진 사람을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결이 다른 면을 마주하면, 그것을 메우거나 고치려 한다. 마치 맞지 않는 부분을 깎아내고 다듬어야만 온전한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 닮은 너와 내가 오래 함께할 수 있을까. 오히려 서로의 결이 너무 같아 부딪히는 순간은 더 날카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나는 어느 날 문득, 너와 나의 ‘다름’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는 취향부터 생활 패턴까지 달랐다. 나는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했지만, 너는 활기찬 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다. 나는 하루를 계획하는 것을 편안하게 느꼈지만, 너는 즉흥적인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처음엔 이런 차이가 답답했다. 내 마음을 모르는 듯한 너의 선택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나의 세세한 계획은 너를 구속처럼 만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시키려 애썼지만, 사실은 상대를 바꾸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던 어느 날, 너의 전혀 다른 선택이 내 삶에 예기치 않은 풍경을 데려왔다. 계획에 없던 여행지에서 마주한 낯선 골목, 그 속에서 느낀 바람과 냄새, 그 순간의 웃음. 그것은 내가 혼자서는 결코 가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너의 다름이 나의 세계를 넓히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고집하던 방식으로만 살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감정과 경험이 너를 통해 내게 흘러들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다름’을 관계의 위험 요소로 본다. 같은 취향과 같은 생각이 많을수록 마음이 잘 통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다름’은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너의 빛이 나의 빈틈에 스며드는 통로이자,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하는 거울이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건 단순히 참고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기꺼이 배우겠다는 태도다. 그것이 가능해질 때, 관계는 비로소 깊어진다.


물론 ‘다름’을 사랑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상처가 된다. 너와 나의 다른 결은 끊임없이 서로의 가치관과 습관을 흔든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내 안의 단단한 벽을 허무는 첫걸음이 된다.


벽이 허물어지면, 그 안에는 내가 미처 몰랐던 넓은 공간이 있다. 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놓을 자리를 찾게 된다. 이제 나는 생각한다. 꼭 나와 닮은 너와 함께하지 않아도 좋다고. 오히려 다른 결을 가진 너와 마주할 때, 우리의 관계는 더 풍성해진다.


너의 다름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던 순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다름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내가 보지 못한 세계를 열어 준다. 다름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란, 결국 나의 세계가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되는 때다.


내 안의 풍경이 너의 색으로 물들고, 너의 시간 속에 나의 숨결이 스며드는 순간. 그 다름을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로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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