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민 손을 잡을지 말지는 자유롭게

by 선율

손을 잡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걷는다.

그 믿음이 있기에, 나는 자유롭고 너와도 자유롭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손을 잡는 순간을 특별하게 여긴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단순한 스킨십을 넘어, 서로를 향한 확신과 믿음을 확인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너와의 관계에서 늘 손을 잡고만 있고 싶지는 않다. 너의 손을 붙잡지 않아도 여전히 나와 함께 걷는다는 믿음이 있기를 바란다. 언제든 내가 자유롭게 나의 길을 바라볼 수 있도록, 너 또한 나의 곁에서 나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아 주기를 원한다.


손을 잡는 순간은 분명 따뜻하고 안정적이지만, 때로는 그 따뜻함이 나를 옥죄어 숨을 막히게 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와 호흡으로 살아가야 한다. 너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늘 같은 보폭만을 강요한다면, 그 길은 언젠가 지루해지고 피곤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너와 손을 잡을 때와 잡지 않을 때를 자유롭게 오가며, 서로에게 구속되지 않는 동행을 꿈꾼다.


너의 손을 잡지 않고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 속의 함께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너와 함께 있어도 내가 나일 수 있고, 너 또한 너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흔히 ‘함께한다’는 것을 언제나 밀착된 상태로 오해하곤 한다. 늘 붙어 있어야 관계가 단단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정한 관계란 거리를 두어도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다. 손을 잡지 않아도,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서 서로를 신뢰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그 믿음이 있기에 나는 너와 함께하면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너와 자유로우면서도 함께할 수 있다.


나는 언젠가 네 손을 붙잡지 않은 채 바람 부는 길을 걷고 싶다. 내 시선은 저 멀리 다른 풍경을 향하고, 너는 또 다른 길목의 꽃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순간을.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아도 마음은 여전히 곁에 머물러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우리는 더욱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는다는 건 그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손을 잡지 않고도 안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확인을 넘어선 신뢰일 것이다. 나는 너와의 관계가 그런 신뢰 위에 서 있기를 바란다. 네가 손을 내밀 때 내가 잡지 않더라도 서운해하지 않기를, 내가 내민 손을 네가 잡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기를.


우리의 자유로움 속에서 선택된 손길은 억지가 아닌 진심의 표현이 될 것이기에. 너와 나는 늘 붙잡지 않아도 곁에 있고, 늘 마주 보지 않아도 같은 길 위에 서 있다. 그래서 나는 소망한다. 네가 나를 놓아 줄 수 있기를. 그리고 내가 너를 놓아도 여전히 서로가 곁에 있음을 믿을 수 있기를.


내민 손을 잡을지 말지는 자유롭게, 그것이 우리가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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