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마음: 1부 나를 위한 공간
공간을 정돈하면 마음도 정돈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하지만 그 정돈이 꼭 각이 잡히고 먼지 한 톨 없는 완벽한 상태여야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정돈이란, 내가 숨 쉴 수 있는 틈이 남아 있는 상태다.
물건들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만, 그 사이사이 공기의 결이 스며들 수 있는 여백. 나는 그런 풍경 속에서 안정을 느낀다. 깔끔하게 정렬된 서랍 속 손수건도 좋지만, 바람에 밀려 살짝 어긋난 테이블 위의 책 한 권이 더 나를 닮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는 공간을 지나치게 팽팽하게 만들지 않으려 한다. 긴장을 주는 완벽함보다는, 나를 편안하게 해 주는 약간의 흐트러짐이 좋다. 그래서 나는 내 방의 풍경을 언제나 조금은 느슨하게 남겨둔다. 꼭 맞물리지 않아도, 꼭 정렬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물건들이 내가 있는 자리를 함께 지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소파 옆에 놓인 무릎담요, 식탁 위에 올려둔 반쯤 읽은 책, 창가에 기대 선 커피잔. 그 모든 것들이 내 하루의 조각들이고, 내 마음을 받아주는 배경이 된다. 때로는 햇살이 그 위로 내려앉고, 또 어떤 날은 고요한 어둠이 물건들을 감싸 안는다. 나는 그런 풍경 속에서 조용히 마음을 풀어 놓는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런히 하려고 애쓴다. 마음도, 관계도, 일상도 늘 반듯하게 세우려 한다. 하지만 그런 삶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정돈된 삶은 나를 조이게 하고, 결국 나 자신마저 그 안에서 숨을 참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내 삶도 내 공간처럼 조금은 흐트러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제자리를 지키면서도 조금 느슨할 수 있는 상태, 그 틈에서 나는 비로소 나다워진다.
정돈은 나를 숨 막히게 하는 질서가 아니라, 나를 이해해 주는 구조여야 한다. 흐트러짐을 허용하는 여백, 그것이 진짜 정돈이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나는 나를 알아주는 물건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그 물건들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제각기 다른 숨결로 나와 함께 공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위로를 얻는다.
삶도, 공간도,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조금 느슨한 그 자리에 따스한 숨이 깃들고, 진짜 내가 살아 있다 느껴진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을, 내 공간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조용히 정돈해 본다. 아주 살짝 흐트러져 있어도 괜찮은 그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