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허기질 때, 나를 바라본다

느리게 걷는 마음: 2부 내면의 계절을 돌보다

by 선율

어느 날 문득, 마음이 허기질 때가 있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어딘가 공허하고, 무언가를 채우고 싶어진다. 따뜻한 밥 한 끼로는 채워지지 않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결핍. 그런 순간이 있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배고픔은 물리적인 신호다. 허기를 느끼고,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찾아온다. 하지만 마음의 허기, 정서적인 공백은 훨씬 더 복잡하고 은밀하게 다가온다. 채워지지 않는 이 마음의 갈증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나는 그것이 우리가 삶에서 진심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오랫동안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무언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랑일 수도 있고, 인정일 수도 있으며, 소속감이나 온기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받고 싶어하고, 이해받고 싶어하며, 누군가와 진심으로 연결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이러한 바람을 스스로 억누르기도 하고, 어른이라는 이유로 그런 욕망을 사소하게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바쁘게 살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게 되고, 결국 마음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마르기 시작한다.


마음의 허기는 육체의 허기와는 달리 즉각적인 해결이 어렵다.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채워지지 않고, 무언가를 소유해도 잠시 뿐이다. 그것은 결국 나의 내면에서, 나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허기를 느낄 때, 우리는 자주 외부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경험, 혹은 새로운 소비. 하지만 그것은 마치 짠 음식을 먹어 목이 마른데 단물을 들이켜는 것과 같다. 순간은 달콤하지만, 갈증은 더 심해질 뿐이다.


정서적인 허기를 진심으로 돌보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 허기의 정체를 바라봐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이 고픈가. 사랑인가, 위로인가, 혹은 나를 향한 수용인가. 그리고 그것이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서 올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허기를 채우는 가장 단단한 방법은 나를 돌보는 것이다. 나를 진심으로 바라봐 주는 시간,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용기, 그리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나는 이런 마음의 허기를 느낄 때, 조용한 공간에 앉아 나에게 묻는다. 요즘 너는 어떤 생각을 했니. 무언가 억울하거나 서운한 일은 없었니. 충분히 슬퍼했니. 그렇게 묻고 듣다 보면, 마음은 아주 천천히 풀리기 시작한다. 마치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속내를 누군가가 들어주는 듯한 느낌. 그때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차오른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나를 향한 이해와 연민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고요해진다. 완전히 채워지는 건 아니지만, 허기가 더 이상 통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삶은 늘 충만할 수 없다. 누구나 어느 순간 마음의 허기를 느낀다. 중요한 건 그 허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신호이고, 나의 마음이 여전히 누군가 혹은 어떤 순간과 깊이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증거다. 허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건, 내가 나의 내면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연결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치유되고, 다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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