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시간

by 선율

물에 잠긴 듯한 고요 속에서,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나는 혼자인 걸까, 외로운 걸까.’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고, 나 역시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는 이 시간. 이 고요함이 편안함인지, 쓸쓸함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진지하게 마주하게 된다.


외로움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꼭 겪어야 하는 감정이다. 가족도, 친구도, 일상의 동료도 곁에 없는 물리적인 고립 속에서 찾아오는 외로움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나도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않을 때, 그 정적은 마음 깊숙이 들어와 감정을 흔든다. 이런 외로움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내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감정이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롭다. 대화는 있지만 공감은 없고, 웃음은 있지만 마음은 멀어져 있는 관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더더욱 복잡하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외로움이다. 그런 감정을 통해 우리는 진짜 소통이 무엇인지, 서로의 마음에 닿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배운다.


외로움은 상처가 아니라 성장의 길목이다.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듯한 깊고 절대적인 외로움조차도, 그것이 나를 나와 만나게 해주는 시간이라면 소중하다. 내 안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시간은, 바로 그 외로움을 지나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고요한 혼자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의 감정에 더 귀 기울이고, 나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외로움을 통해 우리는 자신과 연결된다.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디며, 나만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더 성숙한 사람으로 이끄는 이유는 바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우리를 끌어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바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외로움을 껴안을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외로움이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에게 정직해지고, 진짜 내면을 마주하는 가장 진실한 길이다. 외로움을 겪지 않고는 누구도 성장할 수 없다.


내 안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시간은, 외로움을 충분히 껴안고 나서야 도달할 수 있다. 외로움은 나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더 넓고 깊은 존재로 이끄는 감정이다.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짜로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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