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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10시간전

'사랑'을 묘사하자면,


 가라앉아 있던 그것이 표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나는 그것이 이토록 강인한 형태임을 깨닫지 못했다. 그것이 밖으로 튀어 오르기 전까지, 참고 있던 숨을 토해내며 헐떡이기 전까지. 그 녀석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숨 막혀 죽으라고 그 몸들을 있는 힘껏 눌렀다. 그러다 마침내 형태 하나가 튀어 올랐다. 그것은 내 심장을 있는 힘껏 쥐며 말했다. 아직 살아 있다고, 죽지 않았다고. 그 얼굴을 마주하니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죽어있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내 앞에 살아 있었다. 어쩌면 그리워하던 감정이 아니었나? 이토록 말캉거리고 매끈한 감정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내 안에 숨 쉬고 있었는데, 나는 잊고 있었다. 어쩌면 애써 덮으려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련하기도 하고, 또 가슴이 미어지기도 한 감정의 형태들을. 먹먹한 가슴을 억누르며,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참았다. 턱밑까지 차오른 그리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숨을 참았다. 울음으로 가득 찬 목울대가 울렁울렁거렸다. 수많은 형태들의 물살로 영혼은 멀미를 앓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심장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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