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노트 Feb 13. 2023

못하지만 잘하고 싶은 일이 있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우선 활동적인 것을 좋아한다. 안에 있는 것보단 밖으로 나가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서른이 넘은 아직도 어머니께 밤늦게 나가지 말라고 한 소리 듣는다. 가만히 앉아있길 힘들어하는 나에게 글쓰기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 아예 관심이 없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글쓰기에 관심이 있기 전까지 책 한 권 읽지 않았다. 학교 리포트 이외에 글은 쓰지도 않았다. 그땐 왜 쓰는지 그리고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읽고 쓰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었지만 언젠간 쓰겠지 생각한 적이 있다. 내 인생을 담은 책 한 권 내고는 싶었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나도 내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 욕망이 있어서인지 언제부터인지 책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글쓰기에도 관심이 생겼다.


  한 번은 맘 잡고 글을 써보려고 앉았다. 대학원 생활의 노고에 대해 쓰고 싶었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안에 하얀 백지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랐다. 역시 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땐 노트북을 덮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된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이러다간 나중에 자기소개서에 글 한 줄도 못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어려운 글쓰기가 잘하고 싶어졌다.


 글쓰기가 잘하고 싶어서 관련 책을 찾아봤다. 이때 책을 고르는 기준은 한 가지였다. 바로 왜 글을 써야 하는지, 글 쓰기가 나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야 정말 쓰기 싫을 때 한 자라도 더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보고서 쓰기, SNS 쓰기 등 쓰기 다양한 책이 있었는데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 책을 구매하는데 큰(?) 걸림돌이 있었다. 바로 하버드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나는 하버드 관련 서적에는 나름 편견이 있다. 하버드 관련 책 작가는 하버드 대학 졸업자 교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버드라는 이름이 적힌 책은 표지부터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런 나의 개똥철학으로 봤을 때 한국인 작가가 쓴 이 책도 나에게 신뢰를 주지는 못하는 책에 속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머리말 때문이었다. 송숙희 작가는 논리적으로 쓴다는 것은 우리 인생을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정의한 글쓰기의 목적은 논리적인 핵심을 빠르게 전달해 원하는 반응을 얻어내는 데 있으며 이때 필요한 논리는 간단한 공식을 통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글은 쉽게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숙희 작가가 이야기하는 글쓰기의 본질은 명확했다. 그러면서 지금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논리적인 글쓰기 공식을 소개했다. 그런 열정을 가진 작가의 글 쓰는 방법을 따라 해보고 싶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의견에 사례와 근거로 논리를 더하는 과정은 사고력과 전달력을 기를 수 있으며 결국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는 말에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블로그, 카카오 브런치, SNS 등 다양한 플랫폼에 여러 주제로 글을 올렸다.


  이제 햇수로 6년째 글쓰기를 해오고 있지만 쓸 때마다 어렵다. 여전히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처럼 쓰다 막힌다. 커서가 깜빡이는 하얀 화면만 쳐다보고 있을 때도 많다. 겨우 쓴 글이 맘에 들지 않아 전부 지워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여전히 쉽게 쓰이지 않는 것을 보면 글쓰기 초보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는 실력이 아닌 시간이 써준다고 했다. 그렇게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첫 번째는 글을 보는 눈이 조금 생긴 것 같다. 내 기준에서 잘 쓰인 문장을 하나둘씩 발견한다. 그러면 바로 내 노트에 기록해 둔다. 그 옆에 왜 기록했는지까지 함께 적는다. 내 논리에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덤으로 규칙적으로 책을 읽게 됐다.


  두 번째는 글쓰기가 좋아졌다. 다시 말하면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내 모습이 더 좋아졌다. 한 편의 글을 써내기까지 여러 번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때 내 의견이 견고해지고 논리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느낀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글도 다시 보고 다음날 또 보면 여지없이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인다. 업로드하는 순간까지 수정을 반복하지만 글은 어떻게든 업로드가 된다. 그 글을 보면 항상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글이 부드러워지고 나다워지는 것을 느낀다.


  최근 SNS를 시작하면서 한동안 쉬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카카오 브런치에 에세이를 업로드하며 느낀 고통과 쾌감을 다시 느끼고 있다. 이 과정이 난 분명히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언젠가 누군가에 영감을 주는 글을 남기는 날을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 잘하는 사람이 무조건 지키는 두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