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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쪽맑은물 Feb 14. 2024

행복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턴스키 그림 / 풀빛)

  거리 표지판 청소하는 아저씨가 있어요. 바흐와 베토벤,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등 음악가 거리와 괴테와 실러 등등 작가 거리 그리고 토마스만 광장을 청소하는 아저씨가. 어쩌면 그렇게 깨끗할까, 사람 발길이 닿은 거리를 매일 청소하는 아저씨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합니다.

  파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파란색 고무장화를 신고 비품실로 건너가 파란색 사다리와 파란색 물통, 파란색 솔과 파란색 가죽 천을 들고 자전거 타는 아저씨 모습은 파란 하늘을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매일 반복하는 일을 즐거워하는 아저씨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거든요. 자기가 좋아하던 일도 직업이 되면 고민이 많아진다는데, 어떻게 직업으로 매일 청소하는 일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아저씨가 훌륭한 청소부라는 것을 동료나 청소 국장이 인정하더군요. 진심 어린 칭찬은 아저씨를 행복하게 했고 그 행복은 청소부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파란색 사다리 옆에 멈추어 표지판 이름 중, ‘글루크’라는 음악가를 궁금해하며 엄마와 이야기 나누는 광경을 보았지요. 그 아이와 엄마가 자리를 떠난 후, 정작 매일 표지판을 닦는 아저씨는 글루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했고 그 생각은 궁금증이 되었지요.

  아저씨는 거리 표지판 작가들 마음이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들을 만났을 때, 아저씨는 되풀이하고 반복해서 읽으며 말속에 잠겨 있는 비밀을 발견했습니다.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라고 생각했던 아저씨 마음이 시인이 아니면 가능하지 않을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저씨는 아저씨 의도와 상관없이 ‘오늘의 인물’이라는 텔레비전 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졌지요. 대학에서 강연 요청받기도 했고요.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어 버린 상황이었지만, 아저씨는 “나는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은 오로지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거절했습니다. 행복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 아닐까요.

  오늘은 어떤 표지판을 닦고 계시는지요. 음악가 표지판인가요, 아니면 작가 표지판인가요. 아저씨가 청소 국장에게서 꽃다발 받았다는 소식은 정말 반가웠습니다. 저도 아저씨에게 마음 담은 봄꽃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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