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여행의 이유 (김영하)
요즘 신입사원들의 이력을 보면 외국 경험이 풍부하다. 유학, 교환학생, 어학연수, 장기 배낭여행까지 아주 다양한데, 마치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필수코스로 보이기도 한다.
난 30대 초반에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 회사에서 포상 개념으로 일주일간 여행을 보내준 것이다. 출발전부터 설레였고 하나 하나의 여정이 모두 신기했고 흥미로웠다. 모든 과정이 기억에 남았다. 입국심사, 짜릿한 이륙, 여행지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 일행으로부터의 일탈, 화려한 여행지와 정반대 느낌인 뒷골목의 싸늘한 분위기까지...
첫 여행이란 타이틀과 함께 낯선곳에서의 발걸음은 내 머릿속 온갖 잡다한 생각을 날려버리고 그 순간만을 느끼게 했다. 강렬한 그때의 느낌때문 이었을까? 그 이후로 여행은 현재를 느끼게 하는 마법의 요술 램프였다. 평소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은 겁쟁이가 여행을 시작하면 여지없이 생존과 모험본능이 깨어나 평소와는 전혀 다른사람이 되어 행동한다.
그런 내면의 생동감은 나만 느끼는게 아니었나 보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도 그러한 대목이 나온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확보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오직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p110)
여행에 대한 강렬한 기대와 흥분이 마음속에서 일렁이기 시작하는 것도 그때쯤이다. 내 삶이 온전히 나만의것 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다. (p203)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4/444348/
얼마전 5월 황금연휴 기간에 제주도 숙박과 비행기표가 매진 되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잠깐 주춤 할 뿐이지, 여행에 대한 갈망은 인간의 본성을 잘 나타내 준다.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 왔고 그런 본능은 우리 몸에 새겨져 있다. (p87)
인생의 쉼표가 필요할때는 여행만한 것이 없다. 익숙하지 않는 곳에서 이런 저런 불편함과 당혹스러운. 그러나 신기하고도 즐거운. 여러가지 상황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부터 머릿속을 지배하던 걱정은 잊혀지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이 마법의 힘은 중독성이 강하다.
이러저러한 핑계와 사정으로 여행을 자주가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같은 인생의 전환점에서 나는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아마도 미지의 곳에서 불쑥 튀어나올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