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오헌고택(3/3)
할머니는 가끔 옛날이야기를 해주시곤 해요. 지금은 천연기념물이 된 동네 느티나무나, 할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기 전까지 살았던 기와집, 환경이 맞지 않아 벼농사는 잘 되지 않았지만 보리만큼은 다른 동네보다 품질이 좋아 값을 더 받았다는 것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지요.
이 중 참 아쉬운 것은 옛날에 사시던 한옥이 없어져버린 것이에요. 할머니는 아파트 1층에 사실 적에, 집 앞 작은 공간에 온갖 꽃과 나무를 잔뜩 심어 가꾸셨을 정도로 식물을 좋아하시거든요.(해바라기, 봉숭아, 채송화, 장미, 서양톱풀, 작약, 모란, 상사화, 자주달개비 등이 기억나고, 가끔은 키우시고픈 식물을 구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지요) 어쩌면 명절마다 식물이 가득한 한옥에서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런 점에서 오헌고택은 정말 부러운 곳이었습니다. 고택이지만 주인 할아버지께서 여전히 새롭게 가꾸고 계신 곳이거든요. 오래된 정원답게 한쪽에는 사람보다도 더 크게 자라난 영산홍 등 고풍스럽게 나이 든 식물들이 있지만, 또 한 켠에는 신품종 목련이나 호랑가시나무 등이 새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조경가가 깔끔하게 디자인한 공간이나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한 문화재와는 다르게, 투박하지만 살아있는 정원이라고 하면 적당할까요. 주인 할아버지께서 예쁜 단풍나무를 새로 심고 싶으시다며 웃으시던 모습이 기억나는 정원이었습니다.
* 이 스토리의 고택 정원 일러스트는 국립수목원 연구 간행물 <고택과 어우러진 삶이 담긴 정원> 고택 정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