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나 보다.
지금보다 더 어릴 적,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패기어린 아이였던 나는 그 긴 겨울 동안 두툼하고 따뜻한 패딩이 지독한 겨울바람 속에서 유일한 영혼의 단짝이라는 것을 모르고 좀 더 이쁜 옷을 찾아 헤맸다.
말 그대로 핏이 살아있는 옷을 찾아가며 시간을 보내고 시선을 즐기며 누군가 칭찬해줄 때마다 들떠 자랑을 해대곤 건강을 뺏겼었지.
조금 무거워도, 이쁘지 않아도,
온전히 나를 찬 바람에 가려주는 옷이
내 반쪽이 되어버린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옷이 더욱 무거워지고 더워지는 걸 보면 봄이 온 게 분명할 게다. 분양되지 않은 빈집처럼 허전한 가지가지 사이에 자그맣고 부드럽다고 뽐내듯 이파리들이 자라나고,
길가에 덮인 눈 대신 미세먼지가 보이고, 밥을 먹고 나면 아침, 점심, 저녁. 모두 광대에 물파스라도 바르지 않으면 잠이 오는 걸 보면 확실히 봄이다.
어느 계절이든 그 끝 무렵에 서서 다가오는 계절은 마치 택배를 기다리는 마음과 너무나 닮아있다.
어떤 물건인지도 알고 있고, 언제쯤 올 거라 이미 다 확인했지만 설레는 마음 말이다.
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봄은 그저 그 자체로 설레는 계절이다.
그렇게 이번에도 나의 봄을 그려본다.
그렇게 인사한다, 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