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날.

volume.02

by 소이치


이마를 지나고 목덜미를 따라 땀이 흘러내린다.

찝찝함은 새로 산 흰색 운동화에 묻어버린

검은 얼룩처럼 쉬이 가시질 않고,

그저 시간이 흐르고 내 방,

벽에 딱 맞게 붙여놓은 침대에 몸을 내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렇다고 잠이 바로 오지 않겠지만,

천성이 게으른 탓일까.

그냥 누워서 할 것들을 하고 싶다.


그렇게 게으른 나는 어릴 적부터 꽤 최근까지도 항상 해오던 것들이 있다.

흔히들 하는 상상인데, 가령 복권에 당첨된 이후의 일이라던가,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같은 것들.

그런 망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들의 재료가 되는 것은 간단하다.

'내가 생각하고 마음만 먹으면 바뀔 것이다.'라는 근본 없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끝없는 상상.

물론 상상은 상상일 뿐이고 내 머리 한구석에서 수 없이 일어나는 다짐이다.

이런 것들이 어릴 적에는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가 분명 있었지만, 끝은 없었기 때문일까?

매번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은 돈다발을 줍는 다짐을 하며 잠들기도 했었다.

상당히 쓸모없고 바보 같다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요즘에도 나는 그런 상상을 하고 다짐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왜 그러느냐고?

난 항상 내 삶의 전환점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그 포인트를 지나서 몸을 돌리는 순간 내 세상은, 삶은 바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허무맹랑하고 바보 같을 거다.


그럼 어때?

누구나 어떤 일을 하건 무엇을 시작하건 큰 그림을 한 번쯤은 그려보지 않는가?

잠을 자고 일어나면, 혹여나 눈을 감았다 뜨고 나면 순간 세상이 좀 더 재밌어질지도,

즐거워질지도 모르지 않을까?

(순간 바뀐 세상의 장르가 공포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저 멜로나 코미디이기를 바란다.)


그런 날이 있나요?

나처럼 순간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날.

그때의 나는 어쩌면 설레듯 인사를 건넬지 모르겠네요.


멋진 날이야! 난 괜찮은데,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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