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2024.8.28.
by
친절한 James
Aug 28. 2024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쑥스러운 첫인사를 나눈 지 7년,
7번의 여름이 지나고
7번째 가을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가을은 특별해.
그와 함께 맺은 사랑의 결실이
세상의 빛을 볼 예정이니까.
M은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매해 가을이 각별했다.
그와 처음 만난 때도,
연락이 끊어졌다 다시 만날 때도,
결혼식을 올릴 때도 가을이었지.
그의 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셨을 때도,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새로운
일을 구했을 때도,
첫 임신의 기쁨이 눈물로 증발한 때도
가을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단풍의 계절은 새 생명의 탄생을 앞두고
그녀 앞에 높고 푸르게 솟아 있었다.
출산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루가 다르게 배가 불러왔다.
태동이라는 건 참 신기해.
아기와 온전히 이어진 기분,
생명을 10달 동안 품고 있다는 건
엄청난 특권이자 기적이다.
세상에 나온 모든 사람은
그렇게 어머니의 은혜 속에서
보호받았겠지. 참 감사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네.
어릴 적 생각도 자주 나고
밤에 꿈도 잦아졌다.
"M, 잘 쉬고 있었어요?"
퇴근하며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한 달 더 일하려고 했는데
몸이 무거워져 그녀는 지난주부터 쉬었다.
그가 퇴근할 즈음 졸음이 쏟아져
소파에서 자주 졸았다.
배도 간혹 뭉쳤는데
다리에 생기던 통증은 줄었다.
그와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을 했다.
결혼하고 지금껏 이어온 작은 습관,
집 근처 공원을 주로 걸었다.
작은 도서관과 호수, 어린이 광장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지.
예전처럼 빨리 걷지는 못해도
여유 있는 리듬으로 그와 이야기하며
걷는 길이 참 좋다.
따뜻한 눈길과 부드러운 미소로
하루의 마무리를 기분 좋게 끝맺는구나.
2주 뒤에는 이사를 가야 한다.
육아를 도와주시기로 한
부모님 댁 근처로 간다.
몇 달간 집을 알아보고 짐을 정리했다.
잊고 있던 추억이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잃은 줄 알았던 편지가 불쑥,
사진이 톡톡 나타났다.
처음 만난 당시의 모습,
앳되고 애틋한 표정이 묻어나네.
그래, 그때도 좋았고 지금은 더 좋아.
그리고 앞으로는 더 좋을 테야.
그가 처음 나의 이름을 불러준 때,
그리고 그의 이름을 불러준 이후로 더.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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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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