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 몰아닥칠 것 같은 예감

2024.8.27.

by 친절한 James


밤이 깊었다.

빗줄기가 사나워지며

세찬 바람이 창문을 두들겨댔다.

번개는 황량한 벌판 위에

창백한 섬광을 번쩍거렸다.

곧 천둥이 집 전체를 흔들어댔다.

비가 새지는 않을까,

바람에 날아가지는 않을까.


폭우가 퍼붓는 작은 2층

빨간 벽돌집은 J 가족의 보금자리였다.

Q에서 살 때는 넉넉하지 않아도

먹을 것, 입을 것 걱정은 없었다.

작게나마 선친에게 물려받은

땅에 농사도 짓고 작물도 심어

배를 굶지는 않았다.

농산물 판매로 약간의 수입도 있었다.


사달이 난 건 농번기 끝무렵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인 노름판,

판정 시비가 커지고 빚문제가 겹쳐

말싸움은 몸싸움이 되고 사람이 다쳤다.

J는 사실 피해자였는데 가해자가 되어버렸다.

누명을 썼는데 선뜻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다친 사람이 몸져눕고 세상을 떠나며

문제는 일파만파 커졌다.

마을에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J는

얼마 안 되는 가산을 급히 처분하고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섰다.

곳곳을 떠돌며 눈치 생활 전전하던 생활도 10년,

허허벌판 집에 터전을 잡은 지 3년이 다 되었다.

그동안 까먹은 재산을 되돌리고자

J는 이 악물고 소작농 생활을 버텨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기꾼 주인은 아니라

J는 일한 만큼 수익이 생겼다.

이곳은 원래 목장 관리인이

임시로 머무는 집이었다.

땅이 황폐해져 목장이 사라진

쓸쓸한 벌판이지만 다섯 식구가

당장 몸을 누이기에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다.

불평도 사치였다.

연고가 없었지만 J는 오히려 좋았다.

부지런한 근성은 이내 주인 K의 눈에 들었다.

K는 J의 정착 초기 상당 금액을

공짜나 다름없이 빌려주었다.

J는 이를 밑천 삼아 인근 땅을 조금씩 사들였다.

비록 아직은 소작농 신세지만

지주의 삶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상한 일이 생긴 건 두 달쯤 전이었다.

집 앞 텃밭을 가꾸던 J의 아내와 큰딸은

누군가 주변을 서성이는 낌새를 느꼈다.

주변에 숨을 곳이 없다고,

J는 잘못 보았을 거라며 넘겼는데

그런 일이 몇 번 더 생겼다.

지난주에는 막내아들이 어떤 남자를

멀리서 봤다고 했다.

막내딸은 집을 둘러싼 나무 담장 구석에

새로 긁힌 자국이 생겼다고 했다.

J가 확인해 보니 과연 그랬다.

엊그제는 큰딸이 집에서 쉬는 날이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서

집을 쳐다보다가 사라졌다고 했다.

얼굴은 잘 못 봤는데 고향에 있을 때

사고로 죽은 아저씨 같다고 했다.

그럴 리가.

J는 말도 안 된다며 코웃음을 쳤지만

그도 내심 불안했다.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점점 커지는 두려움,

재앙이 몰아닥칠 것 같은 예감이

J의 식구를 점점 옥죄고 있었다.


재앙이 몰아닥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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