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 서 있는 이방인

2024.8.26.

by 친절한 James


신호가 바뀌었다.

빽빽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움직이고

각자의 길로 발을 구르며 나아갔다.

왕복 10차선 도로가 가로지르는

A시 중심가 4거리에 놓인

교차형 횡단보도는 늘 인파로 가득했다.

분주하지만 질서 있던 이곳에

사건이 생긴 건 지난주 월요일이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며

사람과 차량이 점점 많아졌다.

보행 신호가 켜지고 발걸음이 흩어졌다.

어제와, 1시간 전과, 이전 신호 때와

다름없던 풍경에 차이가 생겼다.

이곳을 위에서 바라보았다면

'점' 하나가 교차로 한가운데,

X자 모양 횡단보도 교차점 위에

놓인 듯 보였을 것이다.

그 점은 한 명의 사람이었다.

보행 신호가 꺼지고 차량 신호가 켜졌지만

가장자리 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차선은

엉켜버렸다. 여기저기서 경적음이 울리고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차점 뒤로 긴 정체가 이어졌다.

보행 신호에서 걷다가 갑자기 멈춰 선 사람.

제자리에서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주변을 살피고 히죽거리는 얼굴,

잿빛 빵모자는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듯하고

두꺼운 검은색 뿔테안경 너머 눈동자는

흐릿하지만 날카롭게 번뜩였다.

둔탁한 매부리코는 기미로 반짝거리고

큼지막한 뻐드렁니 사이로

사나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계절에 맞지 않는 갈색 외투는

옷이라기보다 담요에 가까웠고

치수가 커서 안 그래도 큰 덩치를

더 거대하게 부풀렸다.

청바지는 짙푸르다 못해 검은빛이 돌았고

앞코가 닳은 워커는 저벅거리며

횡단보도 가운데를 맴돌았다.


"야, 너 뭐야? 미쳤어? 빨리 안 비켜?"

성난 목청이 차창을 내리고 짜증을 토해냈다.

그럴수록 이 사람은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넓은 거리를 가득 메운 차들을

자신이 통제한다는 생각이 들자

두 팔을 활짝 펼치고 하늘을 바라보다가

빙글빙글 돌며 춤추기 시작했다.

운전자들은 미칠 지경이 되었다.

차들은 어떻게든 옆차선으로 옮겨

이 미친 사람을 피하려고 깜빡이로 울부짖었다.

이 사람을 중심에 두고 엉금거리는 차들,

시냇물 한가운데 솟은 돌덩이 옆으로

물이 돌아가며 테두리에 흔적을 남기듯

지나는 차들마다 매서운 눈초리를 날렸다.

교차로에 서 있는 이방인, 누굴까.


교차로에 서 있는 이방인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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