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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May 16. 2024

비오는 날 딸기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시장은 분주해진다. 가게마다 늘어놓은 물건들이 비에 젖지 않게 비닐도 쳐야하고 어떤 가게들은 물건을 안 쪽으로 들여놔야하고 어떤 가게들은 아예 장사를 접어야하기도 한다. 비오는 날 시장에서 제일 바쁜 가게들은 아무래도 야채나 과일을 파는 청과상일거다.


요즘처럼 현대화된 시장은 지붕이 있어 비가와도 문제가 없지만, 옛날 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비가 오면 장사를 공쳐야하는 가게들이 많았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손질한 나물들을 펼쳐놓은 아주머니들이나 조그만 바구니에 한 줌씩 올린 야채를 파는 상인들이 그랬다. 물이 닿으면 상하는 과일을 파는 과일가게도 비가 오면 분주해졌다. 딸기는 물이 닿으면 물러져서 금방 상한다. 그래서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딸기는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았다. 그렇게 떨이로 파는 딸기를 엄마는 종종 사오셨다. 오늘처럼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리집은 곳곳이 분홍색으로 물든 딸기를 먹곤했다. 


비오는 공휴일,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네식구가 산책을 했다. 우산을 쓰고 동네 작은 공원으 한바퀴 돌았다. 운동화와 양말이 다 젖어도 즐거웠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떨이로 파는 끝물딸기를 사왔다. 옛날처럼 검은 비닐봉다리에 담긴 딸기가 아니라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있어 비 맞아도 무를 염려가 없는 딸기였다. 저녁을 먹고 알이 작은 딸기를 깨끗히 씻어 먹었다. 싸고 양이 많았지만 시큼하니 단맛이 적었다. 손가락에 딸기향이 베어날 정도로 집어먹으니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서둘러 딸기를 먹던 어린 날이 입안으로 따라 들어왔다. 비오는 봄날에 딸기가 제법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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