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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방학이라서

by 피어라

쇼핑하는 날


사춘기 아들과 옷을 사는 일은 신속간단하지만 재미가 없다. 집근처에 스파브랜드 매장이 새로 오픈하며 1+1행사를 했다. 방학이라 교복말고 입고 나갈 옷이 필요하니 귀찮아하는 아들들을 끌고 오후 늦게 집을 나섰다. 제 옷 사준다는데도 얼르고 달래며 비위맞추는데, 심지어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간다. 생각해보니 억울하고 약오른다.


큰 아들은 도통 관심이 없어 엄마가 집어주는 옷을 보고 고개만 끄덕인다. 사이즈가 맞는지 입혀보고 싶은데 한사코 거부한다. 큰 애처럼 너무 관심없는 것도 속터지지만 그 반대도 속터지긴 마찬가지다. 작은 아들은 갈때까지는 툴툴대더니 매장에 들어가자 1,2층을 오가며 혼자 돌아다니며 옷을 고른다. 입어보기라도 할 것이지, 지가 무슨 재벌인가. 둘러 보다가 이런 것도 하나 있어야 하고, 이 색도 필요하고, 이런 디자인옷이 없고, 이 색에는 이 색이 어울리고....... 이런식으로 혼자 중얼대더니 들고있는 바구니를 꽉채웠다.


계산마치고 커다란 종이봉투 하나가득 아들형제 옷을 들고나오는데 한 시간도 안 걸렸다. 나와서는 배고프다고 짜장면 사달랜다. 하. 엄마한테 맞는 옷도 좀 봐주고 옷 사고나서 같이 카페도 가고 그럴 일은 나한텐 평생없겠지. 허무하고 야속하다. 우이씨 -



빨래 개는 날


우리집 빨래는 두아들 담당이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돌리는 건 엄마아빠 몫이지만, 빨래를 널고 개키는 건 아들이 한다. 건조시킨 속옷과 수건을 거실바닥에 뿌려넣고 콩쥐에게 밭에 자갈 골라내라고 구박하는 것처럼 정리하라고 시키면 왜인지 속이 후련하다. 물론 사소한 반항은 무시한다.


오늘 겉옷 빨래를 건조대에 널던 작은 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다가왔다.

"엄마 이게 뭐야?"

아들이 손에 들고 있는 건 내 유발기모레깅스였다.

엄마가 신는 스타킹이라고 했더니, 레깅스를 내 배에 갖다대며 아들이 한 마디 했다.


"말도 안돼, 이게 들어간다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는 아들한테 화를 낼까 말까 아주 잠깐 고민했다.

니가 뭘 알아. 흥.



대화나눈 날 1 - 작은 아들


윤아, 엄마한테 뽀뽀하고 가

내가 왜?

왜기는 사랑하니까 그르지

나 냉정한 남자야

어머, 좋다. 자기한테는 냉정하고 엄마한테는 다정해. 여친한테는 열정을 바치는거야!!!

뭐래, 쪽 -


대화 나눈 날 2 - 큰 아들


엄마, 나 어릴 때, 삼촌이 나를 붙들고 훈화인지 조언인지 잔소린지 암튼 얘기하신적이 있거든. 나는 그럴 때 흘려듣지 않고 꽤 집중해서 잘 듣고있는단 말야. 진짜야. 그때 뭐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다섯문장이면 끝날 얘기를 한 시간 반을 얘기하시더라고. 끝나고보니 시간이 그렇게 지나있더라. 분명 나한테 도움되는 얘기였을건데, 삼분의 일로 줄였으면 더 좋았을거야.



아, 방학이라 아들들이 글감을 막 던져줍니다. 저도 이웃작가님들처럼 좀 멋진 글을 쓰고싶은데 게을러서 몸은 안 움직이고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만 모으고 있네요. ^^* 그래도 사랑스런 두 마리 덕분에 매일 사랑이 넘칩니다(?) 벌써 2월이 시작됐다는 게 안 믿겨요. 1월 1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열두 달 중에 하나를 벌써 보내버렸네요. 두 번째 달을 열심히 시작해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평안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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