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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 Aug 09. 2021

뉴질랜드에 왜 왔니

R= VD 뉴질랜드 가고 싶다.



뉴질랜드에서 자가격리 13일 차, 지겹게만 느껴지던 매일 하루를 열세 번 지나 마지막 하루를 앞두고 있다. 무겁고 커다란 철통 색연필에 두꺼운 스케치북, 세 권의 책까지 택배로 붙여도 될 짐을 굳이 캐리어에 욱여넣어 들고 왔다. 호기로운 마음이 우습게도 뾱뾱이로 꽁꽁 둘러싸인 색연필은 포장조차 뜯지 않았다. 온갖 SNS와 유튜브만 연신 들여다보니 자가격리의 끝이 보인다. 비행기에서 비행기 그리고 버스에서 바로 호텔로 들어와 여기가 뉴질랜드인지 한국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공간을 벗어나기까지 24 시간채 남지 않았다. 오늘 밤이 지나고 7시 체크아웃을 위해 꼭두새벽에 눈을 뜬 순간, 뉴질랜드에서의  새  삶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 될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 길 걷게 했을까?​


외부 압박을 피해 내면의 본성을 따라온 곳이다. 뉴질랜드의 자연이 주는 평화는 이렇게 가만히 누리기만 해도 되는 건지 너무나도 숭고하여 자연과 덩달아 견고해져 가는 기분이다. 한결 여유로운 문화나 분위기는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산과 바다를 , 여유가 부족할 때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누릴 수 있는 일상은 엄청난 자극을 주는 건 아니지만 온전히 내 삶을 쥐게 해 준다.




 이런 뉴질랜드가 좋아 2018년부터 그려왔던 뉴질랜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예전에 유행하던 r=vd에 큰 관심이 없기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게 맞다. 이 나라에서 살고 싶어진 이후로 여기서 사는 생각을 줄곧 해왔고 결과적으로 살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삶을 선망하던 나의 머릿속은 바깥으로 행동을 내뱉는 발판이 되었고 끊임없이 갈구하며 내비쳐진 생각과 행동이 모여 원하던 결과를 만들었다.


무엇이 나를 여기로 데려왔는지 다시 한번 묻는다면 '나 자신'이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다.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신념이 언제나 확고했기에 주위의 만류도 적었다. 낭만적인 기억들로 가득한 워킹 홀리데이 시절과 다르게 책임져야 할 부분이 늘어난 건 분명하지만 그때와 같은 신념만은 여전하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판단에도 흔들리지 않고 늘 그래 왔듯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즐거운 일을 찾아서 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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