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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칠이 Jun 30. 2016

나는 왜 브런치에 왔는가

사실은 작가가 되기 위해 칠전팔기 할 줄 알았던 것은 안 비밀.

어제부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신청 후 5일 안에 연락을 준다는 안내 문구에 아무래도 이달 안에 결과를 알기가 힘들겠구나 했는데 예상 외로 하루만에 간단한 이메일이 왔고, 내 '서랍'에 담아 놓았던 첫 번째 글을 하나 발행했어요. 작가 신청을 해 놓고서는 '브런치 작가 신청 반려'라고 검색을 해 보았더니 몇 번만에 승인이 났다는 어느 작가님도 계셨고, 승인 기준을 직접 전화로 물으셨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그래서 어려운 일일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또, 내가 언제나 그러하듯이, 지레 겁을 많이 먹었나 봅니다.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고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쨌건 성공(?)했어요.



처음으로 브런치를 알게 된 것은 최동석 작가님이 발행하시는 매거진인 독일 이야기를 통해서였습니다. 한참 대학원을 알아보던 와중에 검색을 통해서 닿은 것이었는데, 일단 제목 그대로 독일에 관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에 반가웠고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시기의 독일을 전달하는 글인지라 새롭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최동석 작가님은 주로 제가 잘 알지 못하는 경영 분야에 대한 글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간간히 생활 이야기나 독일 , 미국, 영국 등에 대해 쓰시기도 하시는데 그 주제의 글들도 유익했어요.) 카카오 계정을 통해서 쉽게 쓸 수 있었기 때문에 구독해 놓았던 그 날이 브런치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브런치가 나에게 남긴 첫 인상은 우아했습니다. 모바일 화면으로 보고 있었는데, 글 제목과 함께 사진이 화면을 꽉 채워서 떡하니 뜨더니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한번 슥 하고 움직이자 사진이 흐려지면서 글이 나타났습니다. "흔한 블로그와 나는 격이 달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할까요? 테두리가 있고 프레임이 나뉜, 어딘가 고정된 구석이 있는 인터페이스에 익숙했는데 브런치는 이 기대를 비껴갔습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접근 양이 많아지면서 전체 화면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마 브런치 역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 모습을 개발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리고 나름대로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길이가 비교적 긴 글을 읽기에는 잡다한 것 없이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좋고, 굳이 조작하지 않고라도 눈을 움직여 읽을 수 있는 양이 적지 않도록 화면을 최대한 활용하는 편이 아무래도 더 편하니까요. 이런 점을 보고 브런치를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처음으로 싹텄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아무나 쓸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니더군요! 작가가 되기 위해서 신청을 해야 하고,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거에요.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것이 어떤 과정이건간에 인정을 받고 하나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면 왠지 무언가 이룩한 것 같으면서 그걸 놓치기 싫어지잖아요? 이게 참 똑똑하다고 생각했어요. 잠재적인 사용자들로 하여금 갖고 싶다, 이기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드니까요. 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을까 생각해보았는데 정복욕이라는 게 떠올랐습니다. 조금 센 표현이긴 하지만 핵심은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말해서 작가라는 이름을 갖기 위한 단계를 통과하고 싶다는 감정이 지금 이곳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결과에 요만큼의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네요.



이 단계를 통과해서 적은 글을 발행할 수 있는 브런치 작가들은 모두 글을 정말 잘 쓰는 분들이거나 아니면 잘 쓰고 싶은 마음을 가진 분들일 것 같아요. 물론 나도 후자에 속합니다. 기록을 많이 남기자는 것이 늘 나의 새해 목표에 들어 있으니까요. 이 작가 제도라는 것이 어느 정도 품질 관리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감탄을 하면서 읽었던 글도 있었고요.

글을 써서 차곡차곡 저장해 두고 혼자서 한번씩 꺼내어보기만 할 거라면 굳이 이런 온라인 플랫폼을 찾을 이유가 크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읽도록 열어 놓고 반응도 얻고 싶기 때문에 사용하는 거겠지요. 사실 다른 곳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 쪽은 아무래도 상품 리뷰나 맛집 후기같은 글이 주류인 분위기여서 이제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으로써 브런치에 대한 기대도 크고 궁금하기도 하네요.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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