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부모님과 유럽여행 ✈ 느리면 어때? 덜 보면 어때?
김해공항에서 짐을 일사천리로 부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바로 ‘따르릉~~~’ 전화가 걸려온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언니도 인천공항에서 수속중이란다. 출발 게이트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끊는다.
헐~~~ 그런데 인천공항이 무지 넓긴 넓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 20분은 걸은 듯~~~ 저 멀리 언니가 보인다. 드디어 상봉~~~ 마치 이산가족 상봉한 것처럼 어찌나 반갑던지...ㅋㅋ 그 후로도 우리가 탑승할 게이트까지 또다시 한참을 걷는다.
탑승 게이트 근처 한가한 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의 휴대폰이 울린다.
“형님, 오늘 여행 가신다면서요?”
“응. 들었어? 패키지 아니고 자유여행으로 가는 거야.”
“자유여행이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아냐... 렌트카로 다닌대. 지난번에 일본도 그렇게 다녀왔는데 노인들에게는 패키지보다 널널하게 가는 자유여행이 더 나아. 나 외국음식 잘 못 먹는다고 우리 딸이 한식 재료도 잔뜩 준비해가...”
“정말요? 자식들이 효녀네요. 하여튼 형님,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그후로도 엄마의 폰은 쉴새 없이 울린다. 성당 형님들, 노인복지관 영어반 동생들, 친구들, 함께 가지 못 하는 자식들과 조카들까지...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빠 왈 “연예인이 따로 없네. 니 엄마 도대체 어디까지 자랑을 한 거니?” 우리들은 그런 엄마를 낄낄 거리며 앞담화(?ㅋㅋ) 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엄마다.
통화는 탑승 수속을 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끝이 난다. “어찌나 부러워들 하는지... 패키지 여행을 보내주는 자식들은 있어도 이 나이에 부모를 직접 모시고 자유여행을 하는 자식은 우리 자식들밖에 없을거야... 우리 딸들 고마워.”
이 말을 마치며 쿨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탑승 수속을 하시는 엄마... 휴대폰 전원을 끄는 것을 시작으로 엄마의 새로운 여행은 시작되었다.
비행기 탑승 후 우리는 꼼꼼하게 안대와 귀마개까지 다 챙기고... 기내식을 먹고 바로 곯아떨어진다. 여기서 잠깐... 내가 여행체질이라고 자부하는 이유는 바로 아무데서나 잘 자는 것인데... 이건 순전히 아빠, 엄마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다. 언니는 잘 못 잤다고 하는데 나와 아빠, 엄마는 기내식 줄 때만 눈을 뜨고 나머지는 다 올인해서 숙면을 취했으니까.
주위에서 여행을 만류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열 두 시간 넘는 비행 시간이 부모님에게 무리라는 이유였는데 난 이 점에 대해선 솔직히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잘 주무실 줄을 알았기에... 우리들의 주야장천 잠은 도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일어나라고 물수건을 줄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ㅋㅋ
“여행 동안 우리들에겐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나 역시 두려움보다는 이 여행 동안 우리 가족들이 받게 될 은총을 믿으며
앞으로 펼쳐질 여행이 두근두근 기다려진다.”
조안나 여행을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