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rm G Dec 28. 2015

공간이 주는 의미

상경한 스물여덟이 느끼는 공간의 의미_

당신에게 공간이란?


자취를 시작하기 전 나에게 "방"이라는 공간은 여백이 없이 가득 찬 공간이었다.


대가족이어서 언제나 집에는 할머니가 계셨고 1남 2녀였기에 나와 우리 언니는 늘 같은 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내 공간이라는 것은 언니와 함께 하는 공간이었으며, 그 이외에 집이라는 공간 안에 가족의 목소리와 사람들의 움직임, 그리고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갖고 있는 각자의 개성들로 채워졌다.

많은 가족이 함께 사는데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냥 즐거웠고, 행복했다. 당연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를 마주한 새로운 공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결혼을 하기 전에 혼자 있는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혼자 음식도 해보고 싶네, 독립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가족을 떠나 취업 겸 상경하게 되었다. '나만을 위한 공간을 찾고 싶어서.'라는 거창한 포부를 나름 가지고 말이다.


처음 시작한 곳은 고시원이라고 하기엔 공간이 넓은 원룸텔이었다.

4평 남짓한 공간에 옷장과 책상, 샤워실까지 여백 없이 모든 공간이 채워져 빼곡히 나를 감싸고 있었다. 혼자 산다는 기쁨에 잠시 좋았지만 어느 순간 그 큰 공간 안에서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입사 초기였던 나에게 4평의 원룸텔은 우울과 적막, 그리고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예민한 소리들 뿐이었다.


서울의 공간도 그러했다. 일이 너무 바빠 여유를 찾지 못하다 친구를 만나서 3호선을 타고 옥수로 넘어가는 길에 한강을 따라 빼곡히 서있는 아파트와 집을 보게 되었다. 네모 반듯한 성냥갑들이 서로 마주하여 붙어있는 모습... 내 가슴마저 답답해오곤 했다.


자동차가 몇 십대 지나가는 소리와 몇 차선이나 되는 큰 도로,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는 구두 소리, 각자의 일상에서 서로의 삶을 치열하게 사는 긴장감... 이 넓은 공간 안에 사람의 곁은 느낄 수 없고, 심지어 내가 곁을 둘 여백 없이 꽉꽉 채워진 곳...


혼자 살게 된 공간조차 사람의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 심지어 나도 없게 느껴지는 공간...

우울함이 몰려왔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


어느 순간 한 살, 한 살 먹으며 원룸텔에서 작은 원룸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그 이후 혼자 살기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 사람이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그리하여 룸메이트를 얻게 되었고 함께 살게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서로가 살아온 삶이 달랐기에 대립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만큼 서로 대화하기를 힘썼다. 그러다 보니 다시금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 같았고, 다시금 가족들과 함께 있어 느낄 수 있었던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오해할 수 있지만, 서울이라는 공간이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 공간도 심리적 공간도 우리네 삶 곳곳에 나의 여유를 다시 찾게 해 주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손을 내밀 수 있는, 서로가 배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만의 여백을 가질 수 있는 물리적, 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서울에 올라온지 3년, 많은 수업료를 내고 이제야 알게 되었다.




바쁘신데도 시간을 쪼개어 글을 읽어주신 점 감사합니다.

일주일 동안 고민해서 써보았지만, 수많은 감정의 곡필도 있을 줄 압니다.

부족하지만 천천히 걸어가는 발걸음입니다. 앞으로 정진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