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필리핀 땅에 발을 딛던 그 날
"대학시절에 가장 추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가요?"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환학생을 다녀온 거요."
"오... 교환학생 다녀왔어요? 어디로 다녀오셨는데요?"
"필리핀으로 다녀왔어요."
"네? 필리핀이요? 아... 그렇구나."
늘 필리핀을 다녀왔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읽힌다.
왜 필리핀을 다녀왔는지, 필리핀에서 무엇을 배우고 왔는지, 거기 왜 갔는지
그리고 이렇게 살아 돌아와 다행이라는 말까지...
한국에서 생각하는 필리핀은 늘 무서운 존재이기만 했던 건가 싶기도 했다.
필리핀을 다녀오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바로 "영어"였다.
나름 멋진 인생계획이라며 휴학을 하고 해외봉사를 가고 싶었지만, 그 기회는 좌절로 이어지고,
급하게 복수전공을 영어로 결정하고 수업에 쉽사리 적응을 하지 못할 때였다.
한국에서 영어는 "토익". 나는 하나도 모르겠고 그 자리에 멍하니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이었다.
영어가 두려운 한국 여대생이니까.
그때, 마침 교환학생 추가모집 공고가 나왔고, 필리핀에 가게 되었다.
바로 UP, Diliman이라는 학교였다.(저 너무 솔직했네요.)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가는 길이 내 마음에도 쉽지는 않았나 보다.
부모님이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에 조금은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나에게 출구가 필요했으니까,
쉬고 싶었으니까... 언제 이런 기회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결국 필리핀 항공 티켓을 끊어 가게 되었다.
주변에 동남아시아 국가를 다녀오신 분들이 종종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동남아시아는 그늘만 가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
그늘로 가면 덥지 않겠지, 시원하겠지, 나는 더위를 잘 참는다는 생각으로 더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은 처절하게 빗나갔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문을 열고 나서서 느껴지는 무더위, 그리고 습기가 가득 차 몸 전체로 느껴지는 답답함.
한국의 봄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날씨였다.
그때 UP, Diliman담당자가 우리를 환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나와 함께 갔던 친구들은 모두 지쳐
오래된 도요타 차를 타고 이동했다.
복잡한 도로,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모습, 그 사이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모습.
정돈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지만 이 곳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구나.
영어를 잘 모르는 상황에 버벅대는 나에게 필리핀 영어를 구사하는 담당자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였다.
친절하게 우리에게 설명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답답함.
그리고 작은 에어컨 사이로 나오는 희미한 찬바람, 그리고 좁게 앉아있는 우리의 모습.
내가 여기서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나는 습기가 가장 많은 우기의 시작에 이 땅에 떨어진 것이었다.
그래, 이 곳 필리핀이다.
며칠 전, 교환학생 시절 외장하드를 간신히 복구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규칙적으로 써보아야지, 늦어지지 말아야지 하는데 계속 지연되었습니다.
2010년의 기억을 더듬어 글을 써나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듯합니다.
생각하고 곱씹고 최대한 멋진 글을 올려보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네요.
짧지만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런 매거진 만들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