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발품도 팔았다 생각했고, 챙길 것도 꼼꼼히 챙겼다고 생각했다.
신분증이며 인감도장을 챙겨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동산으로 향했다.
사장님은 안쪽 방에 서류를 미리 펼쳐두고 양측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셨고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사장님이 쭈뼛쭈뼛 말을 꺼내셨다.
" 제가 좀 잘못 알았는데,, 이게 미분양이라서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없다고 했잖아요?"
" 네네, 그렇게 말씀하셨죠. "
" 아, 근데 이걸 제가 좀,, 착각했는데 이게,, 또 알아보니,, 또 중개 수수료를 받는 거더라고요. "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 미분양이라 분양계약서만 작성하고 중개인의 날인은 안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수수료를 내는 걸로,, 아, 그게 그렇다고 꼭 다 내시라는 건 아니고,, 그냥. 아휴. 그니까 주실 수 있으면 조금이라도 챙겨주시면..."
사장님도 이 상황이 정상적이지는 않다 생각한 모양이다.
미분양 분을 계약하는 거라 매수자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했던 거래였다. 상가 계약을 해본 적도 없고 원래 그런 건가 하며 상가 보러 함께 올라가는 길에 여쭤보기까지 했다.
" 근데 사장님, 중개 수수료 못 받으시는데 왜 중개해 주시는 거예요? "
" 아, 그거야,, 저는 건설사한테 받거든요. "
" 아, 그러시구나. "
그래도 나름 큰 거래를 하는데 수수료를 안내도 된다는 건 큰 이득이라고 생각했고, 그 자리로 결정하는 데에 아주 조금이기는 하나 영향을 안 끼쳤다고 말할 수 없다. 수백만 원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었기에 거래가 잘 성사되고 나면 약소하나마 사례라도 하리라 다짐했던 바다. 그런데 아니 이게 지금 무슨 말인가? 나는 곧 이 거래를 할 예정이고, 그래서 이 자리에 왔고 계약서도 가지런히 펼쳐져 있고 건설사 직원은 곧 도착할 것이다. 이 계약서 도장 못 찍겠노라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이 계약을 퇴짜 놓으면 뒤에 몇 명이나 줄 서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겠다는 사람 누구와도 계약하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
" 아니,, 지금 계약서에 도장 찍으러 왔는데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지금 하시면 어떡하나요?"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는 법정 최고요율인 0.9%가 떡 하기 기재되어 있었고 금액은 수백만 원이다. 때맞추어 건설사 직원이 환한 미소로 밝게 인사하며 부동산 사무실로 들어왔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이 건설사에서 일하는 과장님은 이 거래 때문에 한 시간도 넘는 이 먼 곳까지 온 거다. 아니, 지금 남의 사정을 생각할 순간도 아니다. 내라고 쓰인 수수료가 떡하니 계약서에 적혀있고 도장을 찍는다는 건 부동산 매매거래와 함께 이 수수료도 내겠다고 인정하는 꼴이니 수수료 때문에 계약을 안 할 수도 없고 정말이지 너무 난감해졌다. 도대체 이건 무슨 상황인가. 사장님은 이런 상황을 노린 선수인가, 아니면 정말 사장님 말대로 몰라서 이 어이없는 상황을 만든 초짜인가.
사장님의 실수는 또 하나 더 있었다.
" 아, 제가 부가세 안내를 안 드린 것 같은데, 부가세가 10% 있어요. 그런데 이건 계약할 때 납부하고 사업자 나오고 나면 돌려받는 거라 신경 안 쓰셔도 돼요. "
아니 그럼 애당초 부가세 포함 금액을 안내하고 환급을 받으라 안내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10%가 적은 금액도 아니고 만약 그 돈이 없다면 어쩌라는 걸까 싶었다. 싶으면서도 당황한 초보 자영업자는 그저 알겠다고 답을 했던 터였다. 그것도 계약 전날..
그 말도 그저 가볍게 들을 일이 아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