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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Oct 20. 2021

향기로운 이

코스프레

향기로운  코스프레


집에 종종 놀러 오시는 헬렌 아주머니는 나와 띠동갑 이시다. 이곳 나이로는 78세인데 한국 친구들은 이미 80이라고 한다며 8 순 잔치를 한 친구들을 못마땅해하신다.


그러면서 푸념을 하실 땐 80 노파가 뭘! 하시면서 탄식을 하시기도 한다. 기분에 따라 나이 두 살을 올렸다 내렸다 하시는 걸 보면, 나이에 민감한 여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면역력 결핍으로 집에만 있는 내게 바깥 산물을 구경시켜주시기도 한다. 며칠 전엔 말풍선 스티커를 주신다. 이게 ktown 노인들 사이에 유행이란다. 이걸 붙이면 향기가 난다며 써보라고 주셨다. 교회 갈 때 위의 속옷에 한 장 붙이고 나서 남편에게도 하나 붙이라고 했더니 질색팔색을 한다. “부적 같아서 싫다!”ㅎㅎ


나는 ‘Win’ 스티커를 붙였더니 은은한 냄새가 종일 코끝에 닿아 좋았다. 그리고 조그만 횡재도 했다. 결혼식에 축의금만 내고 참석 못한 분들에게 주는 답례품을 하나 얻어가졌다. 우린 결혼식에 참석했는데도 선물을 받았다. 그야말로 ‘Win’덕이 아닌가? 그게 핑크색 함박꽃이 핀 디퓨저이다.


평소에 민트 향기가 나는 물티슈를 핸드백에 넣고 다녔다. 손을 닦거나하면 주변 사람들도 정신이 번쩍 든다는 민트향이었다. 라벤더와 오렌지향도 나왔다기에 이번엔 오렌지향을 구입했다(라벤더는 없어서). 맛있는 향기가 기분 좋게 한다.


불자들이 흔히 쓰는 예화 중에 “향을 쌌던 종이엔 향내가 배어있고 생선을 꿰는 새끼줄에선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선업을 짓고 사는 사람은 향을 쌌던 종이가 향내를 풍기는 것처럼 그 사람의 마음에서 향기가 나오고 악업을 짓고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악이 나오게 된다는 말일 터이다.


향기 나오는 사람의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나 내면의 향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당분간 향기 스티커로, 디퓨저로, 향내 나는 물티슈로 향기 나는 사람의 코스프레를 하겠다. 하다 보면 닮지 않을까? 향기로운 사람을.


#향기 스티커#디퓨저#향긋한 물티슈#궁극엔 향기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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