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아 Nov 29. 2022

감사절 마치니

바로 성탄절

크리스마스 시즌


가을을 접고 겨울채비를 한다. 90도 오가던 더위도 이제 기세가 꺾였다. 추수감사 연휴가 끝나자 바로 성탄절 장식품을 세일하고 거리의 공터엔 크리스마스트리용 소나무가 진열되었다. 블랙 프라이데이 끝나고 오늘은 사이버 먼데이라나? 간단히 빅 세일한다고 하면 될 것을 복잡하다^^


베란다의 파라솔도 내리고 널어말리던 대추도 집안으로 들였다. 옆집 담장의 철 모르는 꽃이 고개를 비쭉 내밀고 텃밭의 가지꽃도 철 없이 피었다.


철 모르는 건 꽃이어야 봐줄만하다. 사람이 철이 없으면 민폐에 가깝다. 공동체에서 "나만 봐주세요." 하는 건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이가 할 짓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각각의 위치에서 나름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알아야 편하게 살 수 있다. 나를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진 않는다. 60넘은 이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노파 老婆. 계로록을 읽을 나이. 물론 나를 포함한 이야기이다.


'나를 숨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용히 지키며 나답게 산다. 나에 대해 허세를 부리지도 말고, 나를 함부로 자랑하지도 않는다. 나만 중요하다 여기지 않는다.'


계로록을 곱씹어본다. 주위에 반면교사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제자가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오고, 감사절 스노보드 타고 오던 남편은 Bishop의 에릭 샷 베이커리에서 집에서 혼자 논 사람을 위로한다며 이것저것 사 왔다. (혼자 노니 실은 아주 편하고 좋았다) 교회에 가니 H집사님이 크리스마스 리스를 도서실에 슬쩍 두고 가며 속삭이신다. “거는 행거도 안에 있어요.” 올 크리스마스 장식은 only 이걸로 할 작정이다.


바야흐로 일 년 중 가장 바쁜 성탄시즌이 왔다.



작가의 이전글 추수감사절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