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40년
더불어산 40년
파리채는 가장 확실하게 벌레를 잡는 수단. 강력한 운동 에너지로 해충을 박멸하는 물리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뒷 베란다 쪽 문을 늘 열어 놓는 우리 집에선 파리 모기를 잡아야 하는 필수도구이다.
파리채는 과거 몇백 년 전부터 이미 존재했다는데, 플라스틱이 발견된 이후에는 플라스틱의 유연한 파리채가 인기지만 과거엔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는 보건위생을 강조하며 일본 제국 경찰(순사)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파리채를 구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플라스틱 공산품이 없던 시대였기에 이때의 파리채는 철망과 대나무, 또는 고무 따위로 만들어졌다.
전기 파리채가 나온 이후, 전기 파리채로 갈아타는 이도 많았지만 난 아직도 일반 파리채를 애용한다.
1985년에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에 연락해서 보내달라고 한 것이 파리채였다. 그땐 미국물정에 어두워서 파리채는 선진국인 미국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색이 다른 두 개를 아버지가 정성스레 포장해서 보내주셨는데 하나는 없어지고 하나 남은 것이 부러져버렸다. 텍사스에서부터 엘에이까지의 우리의 삶을 다 구경한 파리채를 40년 만에 버리게 되었다.
파리만 잡은 게 아니라 가볍고 때리기 좋은 도구라 훈육(=체벌?)용으로도 종종 사용되었던 파리채.
박멸과 훈육의 역사에 동참해 준 파리채를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