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에 응급실에 입원하여 9월 2일에 퇴원하였다. 퇴원하면 바로 정상으로 복귀될 줄 알았는데 기력이 없어서 교회도 못 가고 고생했다. 나이 들으니 회복이 느리다.
여러 차례 미뤘던 선교팀 뒤풀이 하는 날, 텃밭에 깻잎 따러나갔다 넘어져 다리에 달걀만 한 혹이 생기고 갈수록 진통이 심해졌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속담이 맞는다.
오늘까지도 불편하게 살고 있다. 워커에 의지하고 진통제를 처방받고 얼음찜질 중이다. 골절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원래 살갑지 않은 성격이기에 카톡에 무심한 편이었다. 리액션이 너무 없다고 단체 카톡방에선 쫓겨난 적도 있다. 선배언니가 초대해 놓고는, 문인인 네 눈치를 보느라 다들 가벼운 농담을 꺼려해서 화기애애했던 방 분위기가 다운이 되었다나? 지나친 것보단 묵묵부답이 나을 듯해서 눈팅만 했더니 성의 없다며 퇴출감이란다.
그 일이 있은 후 무응답이 교만해 보이기도 하겠다 싶어, 나도 가끔은 카톡 친구에게 정다운 인사를 해야지 마음먹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매월 첫날 한 편의 시를 선정해 보내는 것이다. 되도록 희망적인 내용을 담은 순전한 내 취향의 시이다. 받고 좋아할 만한 친구들에게만 보내서 그러는지 몰라도 반응이 썩 좋다.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는 구상 시인의 '새해'라는 시 구절이 와닿았다는 이가 많았다. '모든 것이 순탄하리라고 믿기로 한다'는 이채 시인의 2월 시 첫 구절에 왈칵 눈물이 났다는 소설가도 계셨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라는 박목월의 3월의 시에선 그 표현이 너무 좋아 어릴 적 엄마가 키우던 화단의 수국이 생각나고 엄마생각을 했다는 교우도 있었다.
짧은 시 한 편이 마음을 정화시키고 추억을 부르고 강퍅한 마음을 유순하게 만드는 걸 보았다. 받아본 이들은 매월 보내라고 주문한다. 손가락 놀림 한 번에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 정도의 수고야 기꺼이 감당할 수 있겠다 싶어 동창, 교우, 남동생, 사촌, 문우 등 120명의 친구에게 매월 첫날 시를 보냈다.
그게 벌써 2016년부터의 일이라니 나도 놀라웠다. 꼼꼼히 기록해 놓으신 선배님이 말씀하셔서 알았다. 이번에 병원입원으로 시를 못 보냈더니 모두들 걱정하시며 연락 주셨다.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하다. 그중 한 분은 이런 허점 인간적이어서 더 좋아요 하신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