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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Sep 20. 2017

처갓집 말뚝 보고 절하듯

love me, love my dog




' Love me, love my dog.’

수필가 이정아


친정집의 동생이 결혼을 할때의 일이다. 이바지 음식을 가져온 처갓집의 운전기사에게 연신 인사를 하더니 대문앞에서 또 인사를 하고, 차가 돌아 나가려고 후진을 하니 절을 하고 전진을 하니 또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더라고 했다. 친정어머니가 혀를 차며 아들 흉을 보셨다. 마누라가 귀여우면 처가집 말뚝보고도 절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긴 한가보다. 평소에 뚱하고 말없던 동생이 그나마 20년 넘게 결혼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은 신혼 때의 그 정신으로 사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싶다.

결혼을 하지 않은 우리집의 아들녀석도 가관이다. 여자친구집의 개가 옆집 강아지를 물어서 다치게 한 사고를 내자 우리집에 피신을 보냈다. 세번 신고가 들어가면 동물국에서 나와 개를 체포(?)한다고 한다. 이미 두번의 신고가 들어가 있어서 개의 앞날은 어두운터에 아들의 걸프렌드와 그 여동생이 울고불고 하다 궁여지책으로 우리집엘 피난 온 것이다. 허둥지둥 데려오느라 개밥도 안챙기고 짧은 줄에 묶어 데려왔다. 강아지라 하더니 덩치를 보니'개’다.

개는 개처럼 키워야 한다는 남편의 지론에 따라 방에 들이지 않고 마당에 묶어두었다. 구두쇠 아들놈은 어느틈에 나가 긴 줄과 개밥 개장난감까지 한 보따리를 사왔다. 그러더니 말 수가 적은 아들놈이 개와 대화를 한다.

곰돌이는 베란다에 있고 저는 집안의 마루에 엎드려 사람에게 하듯 살갑게 대하는 것이다. 보다못해 한마디 했다.

 "자알하면 개한테 절하겠다. 너”

이곳 속담에 '처가집 말뚝’과 비슷한 ‘Love me, love my dog.’ 을 실천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 실소하였다.

일과 후 스포츠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집엘 오기 마련인 아들은 요즘 일찍 집엘 온다. 당분간은 운동가는 대신 곰돌이와 산책하기로 하였다나?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도 곰돌이 안부부터 묻는다. “개님은 아드님과 산책중”이라는 내말에 웃는다. 아들과 남편이 나를 예비사돈집 개 만큼이라도 관심을 가져준 적이 있나? 곰곰 따져보는 내가 처량하기도하다. 개도 사람만큼 관심을 가지고 길러야하니 개키우기가 보통일은 아니지싶다.

한국에서 잠깐 여행온 친구도 키우던 개를 데려오고, 원어민 교사로 한국에 나갔던 친구딸도 개를 데려왔다. 내 상식으론 비행기타고 다니는 개는 안내견 (Guide Dog)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일반 애완견도  돈을 내면 당당히 여행객대우를 받는다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마누라를 때리면 죄가 안되고 개를 때리면 죄를 받는다는 조크가 있는 이곳이니 가히 개천국이 아닐까싶다.

복날즈음이면 비실비실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마루밑에 들어가 꼼짝않던 어릴적 동네 개들 메리 쫑 도꾸가 생각난다. 개와 함께 조깅옷 외출복에 방한조끼등 개옷에 헤어핀까지 가져온 친구의 개살림을 보고 놀랐는데, 요즘 개 팔자는 상팔자 맞다.

개가 아닌 남의 집 아이 맡은 듯 편하지 않다. 간밤엔 뒷마당을 지나는 스컹크를 보고 곰돌이가 짖어서, 놀란 스컹크가 냄새를 뿜고 가는 바람에  온 집안이 독한 냄새에 덮였다. 그 덕분에 온 식구가 새벽에 일어나 잠을 설쳤다. 자다깬 아들아이는 방향제 스프레이를 뿌리고 옷마다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다. 스컹크가 지나간 뒤의 후유증으로 빨래감이 한바탕 쌓일 것이다. 그 난리를 쳐도 곰돌이가 밉지 않은지 쓰다듬어주고 있다.

곰돌이를 여자친구 대하듯 하는 아들넘을 더는 못 봐주겠다. 아들놈의 행위가 눈꼴이 신 것은 어느새 시어머니의 마음이 되어서인가? 아들 몰래 곰돌이에게 주먹질을 한번 하고 못된 시어머니의 조짐을 내 맘에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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