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따로 검사 따로 결과 따로
몇 년 전 아내가 요로결석에 걸려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잠을 잘 때까지도 아무런 징조가 없다가 새벽에 배가 아프다고 뒹굴기에 허둥지둥 업고 뛰어 집에서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갔다. 새벽이라 그런지 한산해서 절차를 간단히 하고 아내는 진통제를 맞아가며 6시간에 걸쳐 CT 촬영. 혈액검사를 했고 담당 의사는 요로결석이라며 수술을 해야 하니 입원하라고 알려줬다. 다행히 병원은 우리 부부가 가입된 개인보험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회사라 입원 및 수술 허가 절차가 필요치 않았고 3일 후에 퇴원할 때에는 한 푼도 안 들었다.
평상시에 개인 보험비가 한 사람당 200불 넘어 매우 비싸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 일로 보험비는 절대로 비싸지 않다고 느껴졌다. 사실 브라질은 의료비가 들지 않는 나라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은 특별히 직업이 없어도 모든 국민에게 무료 혜택을 준다. 아픈 사람은 공립병원에 가서 접수만 하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지속해서 투약해야 하는 백혈병. 에이즈 치료 약 같은 것도 정부에게 요청하면 심사를 거쳐 무료로 제공된다. 의사 처방 전이 있으면 가까운 보건소에서 약을 타 먹을 수 있다.
가끔 비싼 치료 약이 있는데 병원이나 보건소에 없으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법원의 판결을 받아 약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게 잘만 운영되면 좋은데 문제는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정부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해서 줄을 서다 죽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가끔 개인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으면 먼저 파르마씨아 뽀뿔랄(Farmacia Popular)이라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약국에 들른다. 이약국은 시중 약값의 1/10 가격 또는 1/20만 받고 약을 파는데 콜레스테롤 약, 혈압약 등 장기 복용 약이 있다.
이런 시스템만 보면 브라질이 참 선진국 같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병원 시스템이 참 희한하다.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진료소. 검사소 이렇게 3곳으로 나누어진다. 종합병원은 대부분 공립으로 응급처리와 수술까지 받을 수 있다. 가끔 개인병원이 있기도 한데 보험이 없다면 문전도 넘기도 힘들다. 진료소는 전문의가 환자 진료를 받는 곳인데 시술도 안 하고 그냥 사무실에서 환자와 상담하는 곳이다. 이 또한 대부분 개인업이라 보험 없이 가려면 비싸다. 마지막 검사소는 혈액. 엑스레이. 초음파 등 각종 검사를 하는 곳으로 대부분 병원에 속하지 않고 전문 업체가 따로 있다.
분업이 되어 있다 보니 몸이 아프면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일단 급하게 아프면 응급실을 찾게 되지만 대부분 간단한 치료만 하고 전문의를 찾으라고 한다. 그럼 전문의를 찾아서 전화로 예약하는데 좋은 의사일 경우 쉽게 예약이 안 돼서 한 달 넘기도 한다. 당일 날짜에 가면 의사와 상담을 하는데 대부분 피검사. 혈액검사 등을 먼저 해 오라고 한다. 그럼 이제는 검사소에 전화로 언제 어디서 검사를 해야 하는지 예약을 해야 한다. 요즘에는 종합 검사소가 많이 늘어서 한 곳에서 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시내 곳곳에 위치한 엑스레이 전문가 CT 촬영. 내시경 전문의 등 돌아다니며 검사를 해야 한다. 당연히 결과도 1주일 후에나 나온다.
그럼 모든 결과를 다 받고 다시 전문의에게 전화로 진료를 예약하는 데이게 또 바쁜 의사일 경우 한 달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위와 같은 단계를 거치다 보면 병보다는 이런 일들 때문에 사람 진이 빠진다. 그래서 돈이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보험도 좋은 것으로 들어서 종합병원에서 진행하고 의사도 보험이 아닌 개인 돈으로 지급하면 한 달이 아니라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복잡성도 있지만, 말도 잘 안 되는 한인들은 보험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단 한인 의사를 찾기도 한다. 아픈 곳을 한국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또 의사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픈 사람들만 안다. 아프기보다 항상 건강하게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