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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수 Mar 30. 2016

상파울로에서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다비드 상"은 지금이라도 당장 내려와 걸을 것 같은 역동적인 모습이다.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는 이 작품을 보려면 멀리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가야 하는데 브라질에서는 그럴 필요 없이 상파울로 시내 동부 따뚜아뻬(Tatuape)에 있는 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이 다비드 상을 비롯 12개의 유명작품을 카피한 또 다른 작품의 세계가 상파울로 시내 곳곳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 20세기 초반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와 퍼져나가는 도시를 재정비하고자 곳곳에 공원을 많이 만들었는데 새 공원에 생명을 불어 넣고자 유럽에서 들여온 동상을 설치하는 곳이 많았다. 동상을 유럽에 주문해서 들여오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었는데 그보다 점차 늘어나는 수요와 다른 분야에서도 사용할 기술 습득이 필요하여 직접 만들자는 노력 또한 있었다. 이 때 나타난 인물이 바로 당대 브라질 최고의 건축가로 기록되는 Ramos de Azevedo (1851-1928)이다. 지금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은 이 건축가의 작품으로 남아있는데 대표적인 건물이 상파울로 시립시장(Mercado Central), 시립극장(Teatro Municiopal), 우정국(Palacio dos correios)등이 있다.

상파울로 예술학교(Liceu das Artes e Ofícios de São Paulo)는 1873년도에 문을 열고 지금도 세계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예술학교다. 이 학교 교장에 취임하며 책임을 맡은 Ramos 건축가는 유럽에 있는 최고의 작품을 직접 본떠 만든 석고와 청동본을 가져와 학교에서 학생들과 직접 복제하며 기술을 습득하게 한다. 20세기 초반까지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총 436개나 되고 석고본은 아직 남아 있었는데 지난 2014년 학교에 일어난 화재로 35개가 파손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2015년부터 학교 재건사업을 시작하며 시내 곳곳에 있는 작품을 찾아봤는데 역시나 세월이 흐르며 잊혀진 흔적으로 남아 대부분의 시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 전체 작품중 10%가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관리 미숙은 전체적으로 모든 공원이 운영난을 겪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지금도 대부분 공원은 운영자금이 모자라 청소용역비가 밀리고 직원 월급도 못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품은 역시나 뒷전이기 마련이다. 사람 발자취가 끊어지고 잊혀진 작품 같지만 그래도 원복의 허가를 받은 복제품은 언제나 봐도 가슴 떨리게 생동감 있다. 시간 나면 아래 10곳을 찾아 각 작품 한 번 보기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