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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중

by 손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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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사망진단서를 받았다.

이를 받기 위해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제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하늘나라로 보내고 정리할 게 많다.

당장 은행 계좌를 열어야 하고

공과금 내야 하는데 모르겠다.

법원의 판결 까지 시간 꽤 걸릴 것이다.


평소 동생 삶에 관해 이야기가 없었다.

어떻게, 무엇을 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잘하고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이게 내 큰 잘못이다.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많은 대화가 없던 것이 한탄스럽다.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참.


장례 후 우리 식구는 슬픔을 겪을 시간도 없이

우리 집과 동생 집 정리에 들어갔다.

당장 부모님이 주무실 방에 옷가지 가져 오고

먹던 음식도 정리했다.


아이들 태어나고 5년간 우리 집은 엉망이었다.

어머니가 "100명이 해먹을 살림!" 이라고 말씀하시는데

평소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욕심 결과다.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정리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두 집을 한 집으로 합치려니 이게 쉽나.

일단 창고 하나 빌려 그곳에 쌓아두고 있다.

종일 싸고 풀고 갖다 놓고 휴

주말에 몸살 났고 아내도 아프고


우리 부모님도 하루도 안 쉬고 움직이신다.

아무래도 가만히 계시기에 집 안이 엉망이고

또한 지금 상황이 괴로우시리라.


동생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눈물이 난다.

평소 깔끔하게 정리하고 모으는 성격

중요 서류와 가방 목도리도 색 맞춰 다 정리되어 있다.

정리하다 어머니 또 우리 아내 울음 터진다.


조카들에게 사준 선물, 전하지 못한 선물도 나온다.

주위에서 많은 기도와 격려를 보내고 있어 고맙다.

작은 도움이 한둘 모여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볼 시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 것이다

그때까지 열심히 정리한다


#손희정 #내동생 Luccina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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