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브라질 은행 거래
새롭게 도전하는 사업이라도 그 나라에서 피해야 할 사항은 미리 알고 예방하면 좋다. 남들이 다 하는 실수를 굳이 되풀이하지 않고 꼭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시간과 돈을 절약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역시 외국기업에게 있어 각종 규제와 다른 문화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브라질 비즈니스에 있어 작용하는 여러 걸림돌 중 꼭 피해야 할 한 가지를 뽑는다면 바로 은행 거래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IMF를 겪으며 은행 문턱이 많이 높아졌지만, 이곳 브라질에서 은행과 사업장은 서로 거리가 멀수록 좋은 친구라 불린다.
물론, 계좌에 잔액을 두둑이 넣어 두면 은행에 갈 때마다 대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심해야 한다.
외국인이 브라질에서 생활하며 은행을 이용할 때 가장 크게 스트레스 받는 부분은 은행에 잔액을 넣어두면 이자가 붙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가 떨어져 나가는 부분이다. 일례로 계좌에 백만 원을 넣어두고, 몇 년을 방치하면 원금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매월 수수료와 세금 명목으로 원금이 떨어져 나가 자칫 마이너스 통장이 될 수 있다.
브라질에는 크게 3가지 종류의 은행계좌가 있다. 먼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반 계좌는 ‘꼰따 꼬헨찌(Conta Corrente)’라 불리는 계좌이다. 이 계좌에서는 현찰을 수시로 입출금 가능하며 이체도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표도 발행할 수 있어 잔액을 넣어 두고 각종 지급해야 할 금융 거래를 한다. 일반인은 물론, 기업에서도 이를 사용해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거래처와의 입금과 송금을 처리한다.
물론, 이 계좌는 이자를 적용받지 못하며, 오히려 신용도에 따라 매월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예전에는 은행 간의 수수료 자율화로 수수료가 천차만별이었지만, 지금은 중앙은행에서 규제하여 수수료가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그래도 최저 월 10불에서 수십 불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수료는 수표 발행 비부터 은행 간의 이체 비용과 잔액 확인 등의 서비스 이용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로 많이 쓰는 계좌는 바로 매월 이자가 붙는 ‘꼰따 뽀우빤싸(Conta Poupanca)’ 계좌이다. 이 계좌는 1861년 당시 동베드로2세 황제가 저소득층 국민도 적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하기 위해 연방저축은행(Caixa Economica Federal)을 설립하며 탄생한 계좌이다. 당시 파격적인 연간 6% 이자를 계산해 주었는데, 백 년이 넘은 지금은 초 물가상승을 겪으며 예전과 같은 수익은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
평균 이자 수익률은 2012년부터 새롭게 적용된 법률에 따라 매월 시중 기준금리(Selic)가 8.5% 이상일 경우 수익은 0.5%, 그리고 물가상승 비교 기준율(TR)을 적용받는다. 이자는 매월 발표되는데 최근의 평균 수익률은 0.68% 정도 된다. 이를 1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8%의 이자가 되는데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10.67%, 즉 수익이 아무리 올라도 자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뽀우빤싸’는 원래 저소득층이 선호하는 계좌였지만, 작년에만 530억 헤알(165억 달러)이 ‘뽀우빤싸’를 이탈하며 서서히 없어지는 추세이다. 마지막으로 쓰는 계좌는 바로 급여통장인데 물론 이자도 없고 수수료만 있다.
일단 우리나라와 달리,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도 당황스러운데 더 황당스러운 것은 바로 ‘은행에서의 대출’이다. 일단 브라질 은행을 통한 대출은 이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치솟기 시작한 브라질의 은행 이자를 살펴보면, 먼저 우리나라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개념의 특별 수표는 미리 정해놓은 금액을 언제든지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특별 수표는 신용등급이 중상급 이상 해당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며, 사용한 금액을 기준으로 금리가 계산된다. 놀라운 점은 바로 금리인데, 브라질 특별 수표의 지난 5월 기준 연간 금리는 311%를 기록하며 전월 308.7%를 가뿐히 넘어섰다. 이는 현 화폐인 헤알 계획이 시작한 1994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브라질의 대책 없는 금리는 올해에만 24.3% 올랐고, 지난 12개월 사이에만 79.3% 올랐다. 금리가 이렇게 오르는 이유는 물가상승률과 고객 연체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한 은행의 특단책이라 설명할 수 있다.
브라질의 신용카드 연체금리는 5월 기준, 연간 471.3%에 달하며 지난 4월 452.4%를 가뿐히 넘어서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금리이며 올해에만 39.9% 그리고 지난 12개월 동안 111% 오른 수치이다. 하여간 브라질에서 은행 돈 쓰면 망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특별 수표이든 신용카드이든 세계 최고의 복리를 받고 있어 무조건 피해야 한다.
이렇게 금리가 높은 이유는 현 브라질의 경제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이 0.32% 하락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직원들을 해고하고, 실업자들은 다시 소비를 줄이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0일 이상 대출비용을 연체한 개인은 6.3%, 기업의 경우 5.4%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특별 수표 외에 개인대출 금리는 평균 연 130% 그리고 기업 대출금리는 연 30.6%에 달한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은행 돈을 빌렸으나 높은 금리와 경제적 불황으로 인해 갚지 못해 파산하고, 이 손해는 다시 고스란히 은행 적자로 남아 금리는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악순환에는 항상 승자가 나오기 마련인데 최후의 승자는 바로 은행이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브라질 은행들이 거두어들인 평균 수익은 10.78%에 달한다. 특히 여기서 1,000억 달러 이상의 순 자산을 보유한 거대 은행(Itau-Unibanco, Bradesco, Banco do Brasil)들은 평균 20.06%의 수익을 거두었다. 같은 기간 미국 은행들이 평균 7.92%의 이익을 거둔 것을 보면 브라질 은행이 얼마나 큰 폭리를 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은행 문턱이 이렇게 높기에 대부분의 브라질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많이 넣어두지 않는다. 꼰따 꼬헨찌와 같은 일반 계좌의 경우 발행한 수표 거래 날짜에 맞추어 딱 맞는 금액만 넣어두고, 반대로 다른 누구로부터 돈이 입금되면 바로 찾거나 아니면 지급할 곳으로 송금해 버린다.
이렇게 문턱이 높아진 브라질 은행을 피하는 두 가지 스타트업(Startup) 서비스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가입비와 수수료가 없는 새로운 개념의 ‘Nubank 신용 카드’를 들 수 있다. 3년 전 브라질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으로 현재 3백만 명이 이 카드를 신청한 가운데 40만 명 이상이 아직까지 대기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카드의 큰 매력은 수수료가 없다는 것과 납부액을 연체할 경우 이자율이 10%를 넘지 않는 데 있다. 소비자가 사용한 금액의 5%를 매장으로부터 받아 카드 밴(VAN)사 수수료로 주고, 나머지는 회사 수익으로 남긴다. 아직은 마스터카드(MasterCard)만 발급하고 신청자가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까다로운 심사를 받지만 높은 수수료를 피하고 싶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급상승 중이다.
두 번째 스타트업은 바로 ‘꼰따 웅(Conta Um) 계좌’이다. 이 계좌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모두 가상으로만 존재한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체크카드를 받게 되는데 잔액을 넣어 두고 사용하면 된다. 현찰을 찾고 싶으면 시중에 있는 수많은 ATM기기를 이용하면 된다. 가상 은행이 편리한 점은 사용료가 극히 낮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과 달리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사용하게 되면 5 헤알(1.700원 정도)을 내야 하는데, 만약 거래가 없다면 비용 또한 없다. 다른 계좌로 이체할 경우 4.90 헤알(1,700원 정도)을 내는데, 이 비용은 다른 은행과 비교하면 꽤 저렴한 것이다. 가상계좌이기에 모든 은행 거래 내역은 스마트폰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계좌를 열 수 없는 사람도 최대 한 사람당 8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한 달에 최대 15,000 헤알을 거래할 수 있는 이 은행에 자극받은 기존의 Itau 은행에서도 조만간 새로운 가상 계좌를 열 것이라는 보도가 있다.
이 글은 경북 프라이드 글로벌 웹진 27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pridegb.ngelnet.com/Pride_global_webzine/201608/contents/brow011001.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