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서사 속에 피어난 예술 공방, 메트로폴 빌딩 출사

by 손정수

여러 예술 작품 중에서도 유독 건축물에 마음이 끌린다. 건축은 인간이 모여 살며 어떻게 쉬고, 어떻게 움직이고, 또 어떻게 모이는지를 집대성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가게 쉬는 날 짬을 내어 상파울루 도심의 명물인 '메트로폴(Metrópole)' 빌딩을 보고 왔다. 1964년 당시 잔카를로 팔란티(Giancarlo Palanti)와 엔리케 민들린(Henrique Mindlin)이라는 두 거장 건축가가 경매 입찰에 참여했는데, 우열을 가리기 힘든 설계안 덕분에 결국 두 사람이 합의하여 지금의 건물을 완성했다는 흥미로운 역사를 가진 곳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열린 쇼핑몰'이라는 컨셉으로 세워진 이 건물은 위층의 아파트 주거 공간과 아래층의 상업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 단지다. 총 5층에 달하는 상가 공간은 50여 개의 크고 작은 점포로 채워져 있다. 한때는 화려한 극장도 자리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문을 닫았고, 그 위층은 대부분 예술가들의 공방으로 탈바꿈하여 창작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지하부터 지상층까지는 페루 요리, 브라질 전통식, 유기농 식당, 향긋한 커피집들이 즐비해 미식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상파울루 센트로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다. 한때는 위험하고 지저분한 곳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지만, 십수 년 전부터 조금씩 정비가 이루어지며 본연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내가 이곳을 드나들기 시작한 게 1990년 무렵이니 벌써 36년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극장도 많고 유명한 식당도 즐비해 혼자 걷고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었다. 지난 20여 년간은 바쁜 일상에 쫓기기도 했고, 치안 문제로 발길이 뜸해졌지만 늘 마음 한구석엔 이 건물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오랜만에 종일 이곳저곳을 찬찬히 둘러보니 참 재미있다. 낡은 벽면과 세월의 흔적이 묻은 공간 사이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기분을 느낀다. 도심의 역사를 품은 건축물 사이를 거닐며 고단했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다. 구경의 끝은 담백한 닭고기 파이 한 조각과 갓 짜낸 신선한 오렌지 주스 한 잔으로 갈무리했다. 혀끝에 감기는 소박한 맛이 오늘의 여정을 완벽하게 매듭지어 준다.



20260401_103916.jpg
20260401_103919.jpg
20260401_104412.jpg
20260401_104536.jpg
20260401_110627.jpg
20260401_103228.jpg
20260401_103331.jpg
20260401_103525.jpg
20260401_104320.jpg
20260401_104338.jpg



매거진의 이전글상파울루 시립 도서관에 남긴 두 권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