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입사기
쉼표 하나조차, 문장 안에서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고심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10년의 공공기관 생활의 마침표를 찍고 이직을 하는 곳은 정반대의 스타트업이었다. 그 아득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3개월 간의 치열한 적응기를 거쳐야만 했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의 심정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를 지워야만 겨우 한 걸음 내려놓을 수 있었다.
7년을 일했던 이전 직장은 참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직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왕복 4시간이 넘는 출퇴근 길을 질질 메면서도 다녔던 것은 좋은 사람들과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매일 아침 스크랩되어 올라오던 기고문을 볼 때면 늘 매일 시험을 치르는 느낌이었지만, 좋은 글이 나왔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과 한마디 한마디로 버텼다.
기고문 보도자료 연설문 축사 인사 말씀 등등등 이렇게 딱딱한 글만 쓰던 사람이 발랄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뼈를 깎는 고통이 동반되어야 했다.
쉼표 대신 요란한 이모지를 넣고 '습니다' 대신, ~요. 를 붙이며 '재미'와 '흥미' 가 내 주도권을 흔들며 다른 삶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몸에 새겨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