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꿈꾸는 고양이 시리즈

collaborated with 안미선 고양이 화가

by yErA

밤새 시달렸다.

잃어버린 신발을 찾느라, 해한 수학 문제를 푸느라 쩔쩔맸다.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왔고, 끝없는 오르막길을 쉼 없이 걸었다.


밤새 행복했다.

하늘에 무수히 박힌 별이 쏟아졌고, 우거진 숲 향기의 알싸함에 취했다.

젊음의 열광에 들떴고, 풋풋하고 달달한 연애 감정에 설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잠의 신 힙노스의 쌍둥이 형은 죽음의 신 타나토스다.

그러니 잠을 자는 것을 두고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정적이고 무거운 시간 속에서 한바탕 꿈을 꾸느라 매일 바쁘다.

꿈이라 더 절박하고 간절하기도 하면서도, 꿈이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기도 한다.


일상을 허겁지겁 살아가면서 나는 오만 가지 꿈을 꾼다.

가지려 하고, 보려 하고, 하려 하고, 먹으려 하고, 되기 위해 크고 작은 꿈을 꾸고,

그러다가도 가지지 못해, 보지 못해, 하지 못해, 먹지 못해, 되지 못한 게 다행이라 숨을 돌린다.

꿈을 좇아 행복하면서도, 꿈을 향해 내달리다 타는 목마름에 나가떨어지기도 한다.

꿈을 이룬 성취감도 있지만, 꿈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무너지기도 한다.

내게 꿈은 적어도 일방향은 아니다.


시끄럽고 정신없이 무리 지어 다니다 갑작스럽게 정적을 맞닥뜨린 시간이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발을 뻗어 시간과 공간을 장악하고 죽음의 공포가 일상이 됐던 그때 말이다. 하지만 그때 내 주위는 더 빠르고 정신없이 변했고, 나는 더 열심으로 무언가를 좇았다.

그러나 꿈속에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나는 잠시 멈춰 나와 주위를 낯설게 볼 기회를 마주하게 됐다.


물론 내가 가진 무디고 어설픈 언어라는 무기만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양이 화가로 유명한 안미선 작가와 함께였기에 시도해볼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비단 위에 실제 고양이 털을 한 올 한 올 심어놓은 듯한 세밀화에 먼저 압도되다가도

고양이의 섬세한 몸짓과 다채로운 시선을 통해 나, 그리고 세상을 낯설게 볼 수 있는 기회를 득템한 셈이다.


그럼 이제 고양이와 함께 꿈꿔볼까?


flying,180X62cm/실크에 혼합재료/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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