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근거 없는 자신감

새 학기를 앞둔 교사 이야기

by 좋아유쌤

신규로 부임받은 첫날, 학년 부장님께서 주신 선물을 잊지 못한다. 그 바구니 안에는 압정, 클립, 스테이플러 등 각종 사무 용품들이 들어 있었다. 당시에는 잘 몰랐다. 교사에게 사무 용품이 얼마나 중요하게 쓰이는지를.


시간이 흘러 나름 경력이 쌓였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다른 후배의 사무 용품 정도는 챙겨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나는 아직도 헤맨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은 덜 챙겨도 되는지.


그렇게 허우적대며 새 학기 준비를 마쳤다. 사실 마쳤다는 표현도 조심스럽다. 그만큼 정신이 없다. MBTI의 계획형인 J가 이런 나를 보면 답답해 미칠 것이다. 체크리스트 정도는 만들어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맞다. 하지만 귀찮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큰 걱정은 안 든다. MBTI의 즉흥형인 P의 자신감이다. 사무 용품은 잘 못 챙겨도 학급은 잘 챙길 수 있다는 근자감이 든다.


말 그대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3년 전 큰 실패를 겪은 내가 올챙이 시절을 벌써 까먹은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난 3년 동안 난 잘해왔다고 자부한다. 학생, 학부모와 큰 마찰이 없었고 내가 추구했던 학급 운영을 그런대로 해냈으니까.




1년 뒤에 이 글을 삭제할지도 모른다.

내가 미쳤다고 이런 글을 썼나 하면서..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며

사무 용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