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직 시 연봉협상은 어떻게
나는 여전히 희망연봉을 묻는 질문이 가장 대답하기 힘들다. 이직을 적지 않게 해봤지만 돈 얘기는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번 좀 높게 불러봤다가 '이 바닥 모르냐', '그 돈이면 경력직을 쓴다' 등의 면박을 듣고 난 뒤로는 희망 연봉을 말하는 게 더 조심스러워졌다. (아니, 말 그대로 '희망'인데 그렇게 뭐라고 할 거면 도대체 왜 묻는 거야???)
나는 공식적인(=이력서에 쓴) 이직이 5회 정도 되는데, 이중 연봉을 올리고 간 경우 2회, 그대로 간 경우 2회, 낮춰서(!) 간 경우가 1회이다. 가장 크게 올린 연봉은 약 64%, 낮춰서 간 경우는 약 50%였다. 연봉을 절반으로 깎아가며 갔던 이유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어디로 이직을 하게 되든 간에 희망 연봉에 관한 질문은 빠지지 않는 단골 요소다. 회사의 연봉 테이블이 있어서 반드시 그걸 따라야 한다는 곳은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나는 은근히 소심해서 희망 연봉을 물어보면 바로 대답하기보다는 다시 묻곤 했다.
"보통 얼마 정도를 받나요?"
그러면 인사 담당자는 다시 나에게 묻는다.
"전(현) 직장에서 얼마 받고 있나요?"
눈치싸움이다. 늘 느끼는 거지만 돈이 주제가 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긴장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을까'
vs
'어떻게 하면 좀 적게 줄 수 있을까'
상대가 먼저 금액을 제시해주면 생각하기 더 편했을 텐데, 비율은 반반이었다. 나에게 그래서 얼마를 받고 싶냐고 다시 물어보면 나는 보통 지금이랑 비슷하게 받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신입인데 돈을 많이 달라고 말하는 게 뭔가 죄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 전까지의 나였고, 지금은 '지금보다 더 받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다. 소심하게.
지금은 가장 적게 받았던 연봉의 약 120%를 받고 있다. 재직 기간에 비해 꽤 많이 올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받을 수 있는 원인으로 꼽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1. 기술직
2. 많이 길진 않아도 어느 정도 쌓인 경력
3. 다양한 직무 경험
4. 재직 중 이직
아직까지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입장벽이 비교적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경력도 조금 쌓였으니 처음에 비해 나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직무가 일정치 않았던 것을 걱정했지만 오히려 이를 좋게 생각해주는 회사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항상 재직 중에 이직을 준비했기 때문에 다급함이 없어서 그랬는지 여유롭게 회사를 고를 수 있었다. 물론 몸이 좀 피곤하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이제 갓 신입 티를 벗은 직장인이고, 그전까지는 경력과 실력 쌓기에 급급했기에 연봉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다. 처음엔 적정 연봉이 얼마인지를 열심히 묻고 찾아봤었지만, 지금은 연봉을 얼마나 올리는 게 좋을지를 남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 다른 것이니, 자신이 만족할 정도로 올리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굳이 묻는다면 근속했을 때의 연봉 상승률보다 높게 책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버티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하며, 당신의 성공적인 이직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