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커리어 쌓기도 마음대로 안되네
그토록 원하던 개발자로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이 역시도 녹록지 않았다. 개발의 종류는 너무나 많았고, 방식 또한 다양했다. 수백 개의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서 내가 다룰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새로 생겨나는 언어도 부지기수인데, 이 다양함의 홍수 속에서 각각의 쓰임새를 알고 하나를 정해 커리어를 쌓기란 신입 개발자에겐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느냐, 그냥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해보기 시작했다.
개발자가 된 후, 나의 첫 프로젝트는 간단한 웹페이지 만들기와 데이터의 3차원 시각화였다. 웹은 배웠던 것이니 크게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3차원이라니. 자바나 안드로이드 등의 내가 배웠던 것들로는 구현하는데 무리가 있었고, 'C#'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했다. 처음부터 배우기엔 시간적인 제약이 있으니, 일단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공부했다. 온라인상의 수많은 국내외 고수들의 도움을 받으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자신감이 생겼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3D 관련 회사에 개발자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입사 당시만 해도 이 분야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웹 관련 개발자가 없어서 그 일을 맡아서 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모델링이라든지 포토샵도 다루게 됐다. 재미는 있었다. 문제는 다양한 언어와 툴을 다루고 있었지만, 뭐든 깊이 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걱정되기 시작했다.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대로 괜찮을까??
그러다가 컴퓨터 학원으로 가게 됐다. 이번엔 학생이 아닌 강사의 신분으로. 계속되는 연관성 없는 내 행보에 다들 뜬금없어했지만 아마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나 자신이었을 것이다. 나도 내가 뭘 하고자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기회가 오면 일단 잡았을 뿐이다. 학원에서 3개월 동안 다른 사람을 가르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운 뒤, 나는 다시 개발자로 돌아왔다. 잠깐 동안이지만, 'SAP HANA DB(기업용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와 'ABAP(SAP에서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을 다뤄보며 또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웹 개발을 하고 있다. 이 일이 나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년이 지나서야 깨달은 것은, 시작이, 시작하려는 동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게임 개발을 염두에 두고 공부했었더라면 지금쯤 게임 개발자가 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프롤로그에 썼던 '훗날 무지하고 무심했던 이 한 줄의 생각을 많이 아쉬워하게 된다'라는 문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커리어를 쌓을 것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이랬고, 이런 사람도 있다 하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웹 개발 경험이 가장 많고, 그래서 가장 익숙하긴 하지만, 내가 앞으로도 웹 개발자로 커리어를 쭉 쌓을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성 앞에서 신입 때 느꼈던 막막함은 호기심으로 바뀐 지 오래다. 지금의 나는 더 많은 것 배우고 싶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분명 존재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새로운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잡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언젠가는 게임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직요정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버티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하며, 당신의 성공적인 이직과 커리어 쌓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