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전직을 위한 첫걸음
전직[轉職]
(명사) 직업이나 직무를 바꾸어 옮김.
전직이라는 것이, 말처럼, 마음먹은 것처럼 쉽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개발자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 구직에 실패해서 기획자로 갔던 것이 아니었던가. 지난 회사에서의 경험으로 개발자가 되겠다는 굳은 다짐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길게 가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콘텐츠 기획자로 입사를 하게 됐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억지로 다른 일을 하자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대표의 마인드도 나와 맞지 않았다. 그즈음 모교 (나의 전공은 천문학이다) 교수님께서 나에게 안부 문자를 주셨다. 안 그래도 요 며칠 계속 교수님 생각이 났었는데 너무 신기했다. 결국 회사는 며칠 못가 블로그에 욕 쓴 것을 대표에게 걸려서 그만두고(▶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 길로 바로 교수님을 찾아뵀다.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교수님께 근황과 함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설명해 주시며 내가 다음 직장을 찾을 때까지 개발 부분을 맡아서 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개발이라고?! 고민의 여지도 없었다. 나는 교수님의 제안을 바로 수락했고, 학과 연구실로 출근하게 되었다. 신입이라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개발에 관련해서는 교육만 들은 적이 있을 뿐 실제로 현업에서의 개발 경험은 없었다. 심지어 프로젝트에 사용될 언어는 내가 배운 것과는 좀 다르기도 해서 막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일단 해보지 뭐, 안되면 말고'의 성격이라 일단은 자신 있게 프로젝트를 맡겠노라 한 것이었다.
일단 개발에 필요한 툴(tool)들, 이왕이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검색하고 설치하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튜토리얼과 다른 사람이 작업한 것들을 보며 사용법을 익혔다. 손에 조금씩 익숙해지니 자신감이 더 생겼다. 설계를 잘못해서 처음부터 다시 하기도 부지기수였지만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사실 교수님도 큰 기대를 하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어서 나도 심적으로 부담이 없었고, 여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내가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길면 3개월 정도 할 것이라 예상했던 일은 어느덧 반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자 교수님도 만족하셨고 특허출원과 컨퍼런스 참가를 준비하셨다. 나도 결과물을 다듬으면서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한편, 내 포트폴리오도 착실히 만들어 나갔다. 이력서를 새 단장한 후, 이젠 기획이 아닌 내가 그토록 원하던 개발 직무로 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틈틈이 면접도 보러 다녔다.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지않아 나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3D 관련 개발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평소 흥미 있었던 분야이기도 했고, 조건도 좋았기에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젝트 개발은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컨퍼런스 전이라 교수님께서 좀 아쉬워하기는 하셨지만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 주셨다. 나도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지금까지도 너무나 감사드리고 있다. 이렇게 나는 기획자에서 개발자로 전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나는 내가 이뤄낸 결과물에 대해 착실하게 기록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 거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개발자가 된 이직요정!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지만 또다시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 하루도 열심히 버티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하며, 당신의 성공적인 이직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