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회사 욕은 안 보이는 곳에서
이번 회사는 입사 스토리부터 신선하다. 면접 때 관상과 사주로 당당히(?) 합격했다. 관상은 면접 시작 때부터 훑어본 것 같고, 면접 말미에 실례가 안된다면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알고 싶다고 해서 선뜻 알려줬다. 흥미진진했다. 내 사주가 한군데 정착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사주라고 하며 본인 회사와 잘 맞을 거라고 했다. 함께 일해봅시다! 하여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했다. 약간 얼떨떨하긴 했지만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같이 일하자고 하니 시작은 했는데, 면접 때 들었던 업무와는 좀 다른듯했다. 하나가 마음에 안 드니 뭔가 사소한 것들이 자꾸 신경 쓰였다.
그 무렵 나는 일상을 올리는 용도로 블로그를 시작했었는데, 퇴근하면서 직무에 대한 불만을 비롯한 회사 욕을 주절주절 써서 올렸다. 그것도 전체 공개로. 설마 보겠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다음날 대표가 잠시 이야기를 하자며 나를 불렀다. 뭐지? 하면서 따라 나갔고, 대표는 몇 장의 종이를 나에게 건네줬다. 나는 무심히 종이를 받아들고 뭔가 하고 봤더니, 내가 전날 블로그에 올려놓은 바로 그 ‘회사 욕’이었다. 상상도 못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동공이 마구 흔들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대표가 그런 나를 보며 이 글에 대해 설명을 해보라고 했다. 근데 대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착 가라앉으면서 평정심을 되찾았다.
“여기 다 적어놨는데 어느 부분에서 설명이 더 필요하신가요?”
이번엔 대표가 당황했고, 내가 쓴 회사 욕 하나하나에 대해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아니, 듣고 있었다. 어차피 결론은 뻔한데 무슨 할 말이 저리도 많을까. 그만 나오라는 말이 그렇게 하기 힘든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었다. 아, 정말 말하기 힘들었나 보구나.
“어차피 서로 감정도 많이 상했는데, 계속 같이 일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하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 의사를 존중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틀 치 일한 돈은 어떻게 해줄까 하고 또 묻는다. 원하는 대답은 정해져 있으면서, 사람 참 비겁하네. 그래서 됐다고 했다. 사업하는데 보태 쓰세요. 내 자리로 돌아와 주섬주섬 정리를 했다. 인터넷 기록 지우고, 내가 만들어 놓은 파일도 삭제하고 책상 위의 물품을 정리했다. 그리고 퇴근하려는데 대표가 또 부른다. 십 분만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고. 십분이 삼십분이 넘어가는 연설이 또 시작되었다. 결론은 그냥 없던 일로 할 테니 계속 나와달라는 거였다. 이미 하루 반나절의 대화로 이 회사나 대표 모두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거절했다.
가장 최단기, 이틀 만에 퇴사이자 정말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은 에피소드였다. 누구나 회사 욕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말이 욕이지 부당한 대우에 대한 회사의 불만이 대부분일 것인데, 나는 그걸 공개된 장소에 올렸다가 이런 일을 겪었다. 내가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앞으로 공개된 장소에 회사 욕을 올릴 때는 좀 더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쓰자"이다. 제목과는 조금 다른 결론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비판은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유 없는 비난이라면 제목대로 안 보이는 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개인 SNS에 들어가 본다는 것을 알았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는 걸까?
+ 아래는 바로 그 '회사 욕'의 전문이다. 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서 열심히 찾아서 캡처했다. 오랜만에 읽어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