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을 위해
지난 세 개의 에피소드들은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났다. 이쯤 되면 고민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하는 의문들이 솟아오르며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엔 스스로가 사회 부적응자는 아닐까 하는 자책까지 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런 나에게 말한다.
넌 아무 문제 없어
퇴사 후 모교 교수님을 찾아뵀다. 교수님은 따끈따끈한 백수가 되어 찾아온 제자를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근황을 전하며 전직에 대한 고민을 말씀드리자 교수님께서 진지한 표정으로 다음 직장을 찾을 동안 교수님 연구를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그렇게 하면 교수님도 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었고, 나에게도 전직의 발판이 될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연구원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길어야 3개월 정도 하게 될 줄 알았던 연구실 생활은 9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연구실에서 생각보다 많은 일을 진행했고, 생각보다 결과물이 좋았으며, 생각 이상으로 즐거웠다. 출근과 퇴근 시간에 관련해서는 아무도 터치하지 않았고, 진행 내용을 교수님께 보여드릴 때 말고는 평소 어떤 간섭도 없었다. 월급만 높았다면 쭉 오래오래 있고 싶은 곳이기도 했지만, 약간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 나만의 포트폴리오도 착실히 만들어왔고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되어갔다. 이젠 도약을 할 차례였다.
기존의 직무는 과감히 버렸다. 프로젝트 내내 해왔던, 늘 도전하고 싶었던 분야로 이력서를 넣고 기회가 될 때마다 틈틈이 면접을 보러 다녔다. 포트폴리오가 있으니 이전과는 새삼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자신감적인 부분에서 그랬다.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닌 덕분에 얼마지않아 흥미 있던 분야의 회사에 꽤 좋은 조건으로 입사가 정해졌고, 그 길로 교수님께 찾아가 말씀드렸다. 약간은 아쉬워하셨지만 본인의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 주셨다. 이후 약 2주 동안 인수인계를 비롯한 지난 프로젝트에 대한 결과를 정리했다. 애초에 이 정도로 오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안 했던 터라 내 책상에는 치울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후련하면서도 허전한 기분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던 첫 퇴사였다. 이때는 몰랐다. 새로 가게 될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를...
이직요정의 다음 퇴사 이야기도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