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양갱 흥얼거릴 때가 아닌데
"엄마, 집에 먹을 게 없어"
"학교 갔다 오면 배고픈데 간식이 다 떨어졌어"
이번주말엔 바빠서 못 갔더니 아들들이 불평을 쏟아냈다.
"엄마 오늘 점심시간에 코코 다녀올게. 오늘 학교 잘 다녀와"
젖은 머리를 말리지도 못하고 옷을 주섬 주섬 챙겨 입고 출근하며, 아이들에게 학교 잘 다녀오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밀린 일처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11:30.
차를 끌고 마트로 향하는데 점심시간이라 길이 막혔다.
11:55. 카트를 끌며 익숙한 마트를 누비는데, '밤양갱' 노래가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거짓말. 밤양갱만 있으면 돼? 밤양갱은 핑계일 뿐이야. 더 갖고 싶잖아. 나도 더 가지려고 아등바등 회사 다니는거 아니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내가 좋아하는 마트를 시간 제약 없이 평일에 다닐 때가 행복했는데, 운동 끝나고 장 보러 오던 때가 있었지, 그땐 그게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여유 부렸던 그때가 사무치게 그립다.
12:30 노래를 중얼거리며 이것저것 담다 보니 알람이 울린다. 서둘러 계산대로 갔다.
12:35 차에 짐을 싣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덥다. 500미리 생수 60개를 싣는데 허리가 부러질 거 같다.
젠장 , 보냉백이 없다.
주말에 트렁크가 지저분하다며 잔소리하는 남편 덕에 치웠더니 이런 일이 생긴다. 이 더위에 요거트, 맛살, 두부등등이 트렁크에서 상할 생각을 하니, 남편에게 짜증이 확 밀려 올라왔다.
역시 깨끗한 것보다 지저분한 게 낫다는 내 개똥철학이 이번에도 옳았다.
12:47. 회사로 향하는데 왜 이리 막히는지. 정체구간에선 신호 5번 만에 겨우 신호등 통과. 다 아는 길이지만, 언제 도착하나 싶어 네비에 목적지를 찍는다. 1:05 도착 예정. 가뜩이나 근태 확실히 하라고 혼내는 팀장님인데 1시 넘어서 들어가면 팀원들 앞에서 혼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옆자리 팀원에게 1시간 휴가를 달아달라고 해야 하나? 어차피 팀장한테 결재 올려야 하는데, 또 싫은 소리 들을 텐데? 모르겠다, 일단 달려보자.
달려야 하는데 자꾸만 빨간불로 바뀌는 신호, 휙휙 끼어드는 차, 파란불로 바뀌었는데도 안 가는 앞차, 신경질적으로 클락션을 빵빵 빵빵 빵, 괜히 앞차에 화풀이해본다.
12:58. 회사 앞 도로
12:59. 회사 지하주차장
1:00 회사 엘리베이터 (오늘따라 왜 층마다 멈춰 서는지..)
1:01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컴퓨터 키보드 자판을 힘껏 두드린다.
점심밥은 굶어도, 아이들 먹을거리 쟁여 마음만은 배부른,
나는 한 마리의 어미새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우리집,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