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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디 Sep 01. 2020

피플 매니저 vs 개인 공헌자

매니저가 꼭 되어야 하나요?

어릴 적 TV를 통해 알게 된 '매니저(Manager, 관리자)'라는 직업은 연예인의 스케쥴을 관리해주고 운전기사 역할을 담당하던 '로드매니저'였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로드매니저 외에도 다양한 매니저를 만날 수 있었다. 마케팅 매니저, 세일즈 매니저, 프로덕트 매니저 등 특정 업무 담당자들은 매니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며, 일부 회사에서는 갓 입사한 사원을 매니저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HR(인사팀) 관점에서 매니저라 하면 조직원을 관리하는 '피플 매니저(People Manager)'를 가리키며 소위 '팀장 급'이라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는 실력 있는 직원에게 매니저 역할을 맡기는 경향이 있다. 팀을 꾸려 스케일업(Scale-Up) 할 수 있다면, 유능한 직원이 더 많은 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회사 입장에서는 우수한 직원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커리어를 위해 우리는 모두 매니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


좋은 팀장 vs 나쁜 팀장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본인의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과 '사람을 관리하는 스킬'은 다른 영역이다. 실제로, 담당 업무에서 유능함을 뽐내던 에이스 직원이 무능한 팀장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처음에 서툴더라도 피플 매니징 경험을 쌓으면서 훌륭한 관리자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 관리가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본인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면 굳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다른 진로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HR 관점에서 커리어패스(Career Path)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팀을 이끌면서 사람을 관리하는 피플 매니저(People Manager)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관리하지 않는 대신 담당 업무를 통해 회사에 기여하는 개인 공헌자(Individual Contributor)이다. 개인 공헌자는 승진을 하게 되면 시니어 엔지니어, 컨설턴트, 마케팅 매니저 등의 타이틀을 달고 독립적으로 일하며,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 나가다 보면 맡은 업무에 대한 깊은 지식과 오랜 경험을 갖춘 실무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다. 


회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하고 경영진에 합류하는 케이스는 아무래도 피플 매니저 쪽에서 많이 나온다. 하지만 개인 공헌자는 다른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우선, 골치 아픈 사람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사내정치 라든지 업무 외적으로 발생하는 피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또한,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게 되면 업계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낼 수 있고, 이직도 수월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한 동료는 ISO 안전 표준 위원회 좌장(Chair) 역할을 맡고 있다. 별도의 팀원은 없으며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다른 직원들과 협업한다. 나도 이분과 몇몇 프로젝트를 함께 해왔는데, 코멘트 하나 하나에서 남다른 신뢰감이 느껴지는 대체 불가한 자원이다. 이렇게 훌륭한 전문성 덕분에 우리 회사에서는 은퇴할 나이가 지난 이 개인 공헌자를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 해왔다. 


개인 공헌자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는 부분이다. 물론, 그 일을 좋아하는 경우에 해당될 텐데, 특히 개발자 중에는 본인의 업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개발자 비급 - 팀장이 아니지만 괜찮아 라는 글이 있는데, 매니저나 임원급 제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고수하기 위해 개인 공헌자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누구나 매니저를 추구해야 할까? 언제나 그렇듯, 본인의 성향과 역량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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