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2021년 5월)의 일이다.
엑셀러레이터(초기 스타트업 투자 회사)에서 일하는 친한 선배가 SNS에서 한 스타트업 회사 대표님의 구인구직 포스팅을 공유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그 포스팅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고객 많고, 전망 좋고, 최신 AI 기술 개발하고, 직접 서비스하고, 최고 수준 복지, 최고 수준 연봉, (할 일 많고), 흠 잡을 것 없는 환경에서 일하실 수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 만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세상 화려한 기술(AI & Robotics)을 가지고 세상 투박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상을 받았다. 마침 뽑고 있는 포지션 중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Product Manager 직무가 있었고 그 대표님에 메시지를 보내면서 채용 프로세스가 시작되었다.
면접은 줌(Zoom) 미팅으로 진행되었는데, 대표님은 미국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미국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고 한다. 이전 회사에서 AR, VR 기술을 다루었는데, 기술적으로는 아주 흥미로웠지만 조금 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분은 화려한 언변으로 무장한 비즈니스맨이라기 보다는 진중하고 기술에 관심이 많은 엔지니어의 느낌이 강했는데, 나에게는 그 점이 특히 좋게 다가왔다. 이후, 한국법인 대표님과 면접을 거쳐 입사를 결정하였고, 6년 동안 다니던 글로벌 산업용 협동로봇 제조사인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을 떠나 모션투에이아이(Motion2AI)라는 물류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에 입학하여 창업 동아리 면접을 보기도 했고, 경영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동문 창업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매주 토요일 수업을 듣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변에 창업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중 나에게 맞는 기회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2021년 8월부터 근무하였으니 이제 10개월 차에 접어들었는데, 회사 생활은 아주 만족스럽다. 사실 주변의 창업자들을 보면서 과도한 업무에 대해 잔뜩 긴장을 했었다. 그런데 입사를 하고 저녁 6시 퇴근 시간 무렵 모두 일찍 퇴근을 해버려서 조금 당황했었다. 물론, 그게 업무가 루즈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체감상 이전 회사보다 업무 속도가 F1 레이싱 정도의 느낌이다. 해야할 일의 양과 종류도 워낙 다양하다보니 속도는 생명이다. 그 대신 정밀함은 다소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업무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하긴 한데, '긍정적인 의미로 challenging 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렇게만 말하면 혹시 오해할지 모르니 조금 덧붙이자면, 우선 본사가 미국이다 보니 문화가 수평적이다. 호칭에 있어서도 직급 없이 '~님' 이라 부른다. 업무에 있어서도 개개인의 의견이 존중되는 분위기다. 업무 시간이나 장소에 있어서도 유연한 편인데, 예를 들어 나는 절반 이상을 재택근무로 하고 있다. 급여 또한 경쟁력이 있고, 스톡옵션도 주어진다. 업무 성과를 보여주면 급여 인상도 후한 편이다. 근무 환경이나 복지도 많이 신경쓰는데, 모션데스크라든지 인체공학적 의자를 제공하고 간식이나 음료 또한 잘 챙겨준다.
짧은 기간의 경험이지만 (개인의 성향과 맞다면) 스타트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데 그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왜 스타트업인가?
개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점
그 과정에서 개인의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
상당히 유니크한 비즈니스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
최근의 (소위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은 대규모 투자를 받아 재무적으로도 상당히 안정되었다는 점
핵심 멤버들이 훌륭한 경력의 실력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