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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라는 직업적 위기에 대하여

by 이대표

15년도 회사를 나와 시작한 일이 10년이 되었다.


수입으로 따지자면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백배, 천배 더 나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안정적 수입은 대가가 있고, 그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 나의 성향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했기에 지금까지 온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크고 나이가 들수록 '대가'가 별것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여하튼, 회사 밖에서의 생활이 지금까지 오면서 수입이 줄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 것은 최근 더 가속화된 것이기도 하다. '교육 회사'를 만들어 빡! 하면 안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강사의 벌이가 이렇게 나빠지는 것의 배경에는 이를 중개하는 과정에 문제도 있다.


앞서 '대가'라는 것처럼. 일을 하는 대가가 나아져야 하는데.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 직접 수주하면 되지 않나? 하지만... 그 리더십이란 것은 또 다른 문제라 '대가'의 별것처럼 늘 왔다 갔다 하는 내 고민 중 하나다. 내가 거기에 맞는 사람인가?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가? 에 대한 고민이 늘 있고, 이는 다른 식의 해법을 찾아야 할 부분 같아 조금 미뤄둔 상태.


다른 문제는 산업 전반의 변화이다.

사실 여러 문제를 여기에 묻어 생각하게 되었는데.


취업 강사 혹은 유사 강사를 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라. 오늘의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강사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기술이 될 수도 있고, 학문적 지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챗지피티를 포함한 수많은 기술의 발달은 지식의 수준과 정도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할 정도로 변화를 만들고 있다.


즉, 지식의 깊이가 문제가 아니라 활용, 전달이 더 중요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인데. 이는 '초짜' '신입'의 문턱을 더 낮추기도 하고, 높이기도 한다. 낮춘다는 의미는 수년간 개인이 쌓은 지식의 수준을 쉽게 허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소서 첨삭과 작성에 노하우가 있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내가 아무리 빨리 써도 챗지피티보다 빠를 수 없고, 정교할 수 없다. 한 시간 생각할 것을 10초면 답을 내어 주니... 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다. 때문에 '첨삭'이란 사업은 3만 원짜리 챗지피티를 한 달 구독하는 것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첨삭, 첨삭의 기준과 근거, STAR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따라갈 방법은 실제 없다.


높인다는 의미는, 없다는 것과 같다. 즉 적당한 경력 위에 압도적인 도구를 쓰게 되면 신입의 필요성이 없어진다. 이는 경력과 경험을 나름의 방어선으로 삼았던 이들에게 위기가 된다. 아직도 '경험/우대'라는 말이 공고나, 강의 전반에 있는데.... 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게 모든 일에 있어서 내 생각이다.


이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챗지피티가 가져다주는 결과물 때문이다. 물론 만능치트키가 아니다. 대신 속도와 효과에 있어 확실한 도구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어떤 주제에도 접근 가능하고, 시도 가능하기 때문에 못해본 것은 있어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물론 주제가 아주 deep 하면 다른 문제가 되나.... 일반적 강의 주제는 몇 주간의 스터디와 AI 활용으로 커버하지 못할 것은 없다. 되려 더 중요한 것은 '전달력'이다.


강의 자체, 새로운 주제의 전달과 강의력 같은 강의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는 유재석과 전현무 등의 전문 진행영역으로 이름을 날리는 분들의 영역이 있음을 의미하는데. 정성적인 부분들이라 기술이 따라잡기에는 나름 경계가 있다.


이는 실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고. 그것을 제외한 주제의 접근성은 경계가 거의 허물어진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이런 고민의 이정표를 남겨야 할 것 같고.



회계에서 지금까지의 진로 여정을 돌아보면 '중구난방' 같지만... 중구난방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하나의 직무 전문성이 절대적 힘이 되는 것은 회사 안 밖에 없다. 직장인의 삶은 끝이 있고, 여하튼 그만큼 회사 밖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경력/진로의 유연함도 필요한데. 돈이 안 되는 것이 문제. 그 점이 아이러니하다. 강사에게 전문성이란 무엇일지, 진짜 어떤 의미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인지 되묻고 싶은 시점. 하던 강사, 하던 업체에게 강의를 주는 것이 전문성이라면 할 말은 없고.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중장년 퇴직 후 삶에 대한 현재와 미래 진로 고민을 강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올해 초 관련 산업 경험이 없다! 는 이유로 까였던 경험이 생각나 괜히 또 화가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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