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은 왜 이렇게 어려워요?
4월에 읽기 시작한 헤르만 헤세의 책
밤의 사색. 한동안 묵혀놓았다가 7월이 다
저물어갈 때쯤이야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책방지기님의 추천을 받아 멋모르고 구입했던
책이다. 사실 표지의 고양이 덕분에 산거라고
해도 무방하다. 표지 몹시 내 취향이잖아!
그의 책은 접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무겁게 다가왔고 알듯 말 듯 아리송한 감정들만
남겨줬었다. 처음엔 달달한 문장에 조금
오글거리기도 했었다. 반 정도를 남겨두고
묵혀두었던 이 책은 과연 다 읽으려나 싶었는데,
한동안 잠 못 드는 밤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꺼내 읽게 되었다. 세상에는 더운 책도,
차가운 책도, 낮의 책도, 밤의 책도 있으니
쉬엄쉬엄 가끔만 펼쳐보라는 선우쌤의 말처럼,
잠시 던져 놓았더니 다시 손에 잡혔다.
제목처럼 밤에 잘 읽히는 책이었나?!!
어느 날 문득 내 마음속에 한 가지 밀문이
비눗방울처럼 살포시 떠올랐다. 나는 정말 행복한가?
.
.
.
올해 책 읽기를 시작하면서 행복에 관해
묻는 질문을 여러 번 만났다. 그때마다
나는 내게 묻는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어느 날은 어 이 정도면 행복한 것 아냐?
또 어떤 날은 나도 잘 모르겠어.
또 다른 날은 행복한 것 같아.
불행하다고 대답한 적은 없었으나
그 어느 날도 완벽하게 나의 행복에 대해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한동안 나의 심리는
온갖 무력과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을 해도 올라오지 않는 텐션이 나를 계속
가라앉게 만들고 있었고. 기분이 꽁기꽁기했다.
지금이라도 시작했으니 다행이다 했다가,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아무 생각 없이 살았나 싶어서
또 혼자서 괜히 부끄러웠다가,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라는 마음과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이도저도 모르겠다 놔버리는 요즘이었다.
왜 이 감정의 패턴은 매년 도돌이표처럼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오는 걸까. 왤까?
최근 몇 년간 이처럼 활력 있는 하루도, 마음 편한
일상이 없었건만 내 마음은 왜 점점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잠이 오지 않아 온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읽는 헤르만 헤세의 밤의 사색은
그럭저럭 나의 밤을 견뎌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헤르만 헤세는 내 귀에 대고
혼자 주절주절 독백을 해대고 있으며,
나는 그림 그리듯 머릿속에 펼쳐지는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당신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끄덕 하다가도
결론은 여전히 헤세는 어려워!!!이고, 또 문득문득
아니, 이 아저씨 사실은 나랑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 아니야? 어쩜 이렇게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작태와 맞아
떨어지지? 몇 번이고 의심하고 의심하며 읽고 있다.
나에게 고전은 어렵다. 왜? 읽은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왠지 고전은 잘 읽히더라도 쉽다고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전을 읽기 전에 무언가를
얻고 깨달아야 한다는 미션을 머리에 박고 시작하는
듯해서. 나만 이해 안 되는 거야? 하면서 주변의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너는 정말 이해하고
있느냐고 질문하기 일 쑤다. ㅋ 어쨌든!!! 나는
헤르만 헤세와 안면을 텄다. 수레바퀴 아래서도
읽었고, 데미안도 읽었다. 싯다르타를 읽고 있다.
계속 읽고 있다 보면 언젠가 그의 글 한 줄 정도는
이해할 날이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주말이 지나도
계속 잠을 못 이루는 거보니 앞으로도
당분간 나의 밤의 사색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