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국'이 불러온 새로운 업무 패러다임
3주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000명대, 거리두기 4단계 유지방침 연장은 저에게 "이제 받아들이자"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었고, 그 중 업무형태에 대해서도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원격근무(아직은 재택근무로 더 많이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가 무조건 장점이 많아 찬양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 역시 원격근무라는 단어부터 낯설어 했던 것이 사실이며, "일은 당연히 회사에서"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본격화되기 전엔 특정 직업군에서만 통용되는 근무형태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한편 저는 해외법인에 근무하면서 한국 본사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원격근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저 역시 원격근무의 한 형태로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식을 하게 된 배경이 어떻든 간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으며 업무방식의 한 종류로써 자리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원격근무는 사람들이 왜 하는걸까요?
원격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효율성이 증가했다 라는 답변을 주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보다 효율성에 대해 더 깊이 접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에 저 자신을 끼워맞추기보다 진짜 원격근무를 함으로써 효율성이 증가하고 있는가? 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거 미국이니까 그런거 아냐? 라는 스스로의 의심에도 대답해보고 싶었습니다.
당장 눈에 띄는 장점으로는 출퇴근 시간의 절약이 있었습니다. 저는 출근으로 1시간 반 가량을 소비하며, 왕복으로 계산하면 3시간 가량의 시간을 출퇴근으로만 소비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야근을 하지 않아도 집에 오면 잠만 자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원격근무를 하게 되면서 강제적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업무환경을 갖추고 나선 회사는 가끔가고 싶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간절약 차원의 장점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더 저렴한, 즉, "도심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죠. 한달 월급의 매우 큰 부분을 월세로 떼여왔었고, 지금은 융자 원리금 상환으로 떼이는 입장에서 이러한 가능성은 너무나 반가운 사회적 변화입니다.
저희가 만든 원격근무자를 위한 공간 "원루프랩" 이용자의 상당수는 인근 주거지역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재택근무자 또는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 중 카페의 대안을 찾는 분들입니다. 출퇴근의 동선을 최대한 줄여주면서 업무 효율성은 유지시켜준다는 점이 유효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싸(?)처럼 들릴지 몰라도 적절한 인싸가 되기 위해 무의식중에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 출퇴근하는 동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는지 원격근무를 하며 새삼 느꼈습니다. 알지 않아도 되는 다른 타인의 사생활을 알지 않는다. 사람들과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 동료의 전화소리를 듣게 되어 어떠한 업무를 하는지 알지 않아도 된다. 먼저 퇴근하겠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
바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회사에 출근하거나, 이미 친한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소하는 방법 역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 오히려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것은 아이러니임에 틀림없지만 그 특수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감독이 없다는 점은 해방감이자 두려움이었습니다. 원격근무를 잘 하려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알 수가 없기에(메신저 로그인 등으로는 알 수 없지 암) 이런저런 꼼수는 기가막히게 알게 되어 해이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 보여주기 식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진짜 안보여주면 안된다는것. 졸면..안된다는것.....
회사에 있을 땐 "차마"하지 못했던 일들도 집에선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이거 조금 하려다, 저거 조금 하려다 결국 일만 벌여놓고 혼자 정신만 놓치는 상황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원격근무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게 좋아서 원격근무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심연 속의 문제를 풀기 위해 항상 싸우는 중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 갖다놔도 잘한다는 말은 하지 않기.
오늘도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원격근무자들 화이팅.
본 게시글은 하기 사이트와 GitLab에서 발행한 2021 Remote Work Report를 참조하였습니다.
https://about.gitlab.com/company/culture/all-remote/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