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만큼 쓰고 겪은만큼 노래한다.
새벽,
괜한 책상정리를 의식처럼 한다. 윤이 나게 삭삭 닦고 필기구들도 가지런히 정리한다.
선반에서 그날 내게 손짓하는 차를 우려내어 곁에 둔다. 향기와 온기가 내 기억 속 저 숨어있는 달빛까지 불러와준다.
언젠가 달 속에 한 소녀가 웅크려 앉아있는것을 본일이 있는데 그것은 진짜 있었던 일인지, 내가 꾸었던 꿈인지,아니면 그저 내 무의식 속 소망인지 확인 할 길이 이제는 없다.
재주랄 것도 없는 글을 오랫동안 썼다.
멜로디를 입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어떤 이야기는 사랑을 받았고 어떤 이야기는 그저 몇 명만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게 노랫말을 쓰기 시작한 지 27년이 되었으나 많지는 않다.
느리지만 꽤 꾸준히 써왔고, 다행히 나는 아직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
나는 어디까지 올랐나 생각하지 않고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생각한다.
방향은 있지만 높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걷는 길이 언덕이라면 잠시 시원한 풍경을 볼 수는 있겠지만 그저 그 언덕도 기나긴 길의 일부일 뿐, 치열하게 등반하듯 살고 싶지는 않다.
아쉬운 것 없는 사람보다는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 되고싶기에.
어느덧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이 적은 나이일지도 모른다.
돌아본다. 기억이 허락하는 저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의 나.
뭔가 늘 잘하고 싶고, 잘해주고 싶고, 거절이 힘들고, 내가 아프고 말던
혼자 있을 땐 많이 울고, 사람들과는 많이 웃던
너무 많은 감정이 참 거추장스럽던 사람.
그래서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
사는만큼 쓰고, 겪은만큼 노래한다.
글도 노래도 부족하기 이를 데 없지만
매순간 진심이었기에 그리 후회도 없다.
죽기 전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 재미있네 놀았네‘
-서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