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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동희 Dec 18. 2019

책상정리

사는만큼 쓰고 겪은만큼 노래한다.


새벽,
괜한 책상정리를 의식처럼 한다. 윤이 나게 삭삭 닦고 필기구들도 가지런히 정리한다.
선반에서 그날 내게 손짓하는 차를 우려내어 곁에 둔다. 향기와 온기가 내 기억 속 저 숨어있는 달빛까지 불러와준다.


언젠가 달 속에 한 소녀가 웅크려 앉아있는것을 본일이 있는데  그것은 진짜 있었던 일인지, 내가 꾸었던 꿈인지,아니면 그저 내 무의식 속 소망인지 확인 할 길이 이제는 없다.


재주랄 것도 없는 글을 오랫동안 썼다.
멜로디를 입고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어떤 이야기는 사랑을 받았고 어떤 이야기는 그저 몇 명만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게 노랫말을 쓰기 시작한 지 27년이 되었으나 많지는 않다.
느리지만 꽤 꾸준히 써왔고, 다행히 나는 아직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다,

나는 어디까지 올랐나 생각하지 않고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생각한다.
방향은 있지만 높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걷는 길이 언덕이라면 잠시 시원한 풍경을 볼 수는 있겠지만 그저 그 언덕도 기나긴 길의 일부일 뿐, 치열하게 등반하듯 살고 싶지는 않다.
아쉬운 것 없는 사람보다는 아쉬울 것 없는 사람이 되고싶기에.

어느덧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이 적은 나이일지도 모른다.
돌아본다. 기억이 허락하는 저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의 나.
뭔가 늘 잘하고 싶고, 잘해주고 싶고, 거절이 힘들고, 내가 아프고 말던
혼자 있을 땐 많이 울고, 사람들과는 많이 웃던
너무 많은 감정이 참 거추장스럽던 사람.
그래서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

사는만큼 쓰고, 겪은만큼 노래한다.
글도 노래도 부족하기 이를 데 없지만

매순간 진심이었기에 그리 후회도 없다.
죽기 전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 재미있네 놀았네‘

-서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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