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나에게도 어김없이 늙음이 찾아왔다
실행
신고
라이킷
17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Joe
Dec 02. 2023
머릿속의 나와 거울 속의 나
넌 누구냐?
저는
거울을 잘 보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가진 습관입니다.
거
울을 잘 보지 않는 습관.
매일 아침 거울을 보긴 합니다.
매일
출근해야 하니까요.
매일 세수하고
로션 바르고
머리를
손질할 때 거울을 봅니다.
그래봐
야 몇 분 걸리지도 않지만요.
이
시간마저도
자세히 보는 건 아닙니다.
눈이 나빠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세히 드려다 보지 않습니다.
역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습관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얼굴의 변화를 잘 모릅니다.
며칠 전 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마
유튜브나 밀리의 서재
책을 보고
있었던 거
같아요.
이 두 가지 말고는 오랫동안 보고 있을 게 없으니까요.
참 요즘은 하나 더 추가됐네요.
브런치.
얼마 전 브런치 시작하고 나서는
브런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추가됐네요.
어쨌거나 휴대폰을
보다가
목적지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내릴 차비를 하고 휴대폰의 잠금버튼을 꾹 눌렀습니다.
그러자
바탕화면이 까맣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예상치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까만 화면에 내 얼굴이 비쳤습니다.
휴대폰을
보고 있다
화면이 꺼진 탓에 얼굴과 휴대폰 거리가 가까웠나 봅니다.
내 얼굴이 너무
자세하게
보였습니다.
.
.
.
넌 누구냐?
어느새 눈 밑에 주름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되었는지 굵고
진한
주름이었습니다.
눈과 양쪽 볼은
,
밑에서
실을 걸어 잡아당긴 마냥
쳐져 있었습니다.
코 양
옆에는
소위 팔자 주름이란 게 깊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누가
팔(八) 자
아니랄까 봐서 뚜렷하게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양 눈썹과
이마 중간에도 인상을 찌푸릴 때 접히는
선
을 따라 주름이 깊게
파여 있었습니다
.
그야말로 중년의 아저씨가 나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고
해도
내 얼굴을 모를 리 없습니다.
얼굴이 늙어 가는 것도 알고는 있었죠.
하지만 평소 거울을 자세히
보지
않고 사는 것처럼
얼굴이 얼마나 늙었는지도 자세히 생각하지 않고 삽니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 속에
내 얼굴은
마흔
이전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었던가 봅니다.
그날 지하철에서 우연찮게 자세히 보게 된 거울 속의
내
얼굴은
,
머릿속의
내 얼굴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다시
거울을
봤습니다.
이번엔 평소와 다르게 거울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지하철에서 봤던 주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오히려 밝아서 더 적나라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에서는 미처 보지 못한
노화의 흔적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양쪽 귀 옆에
희끗한
흰머리였습니다
.
잠깐 생각에 잠겼습니다.
많이 늙었구나...
세간에
나이가 들면 추해
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얼굴
을
빗대어하는
말은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하지만 확실한 건 얼굴이 못 생겨지는 건 사실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게 자연의 섭리인 것을.
꽃도 나무도 짐승도 새도 모두 세월이 가면 늙고 병듭니다.
천하를
가졌던
진시황제도 막대한 부를
가졌던
이건희
회장도
최고 권력이었던
왕도
대통령도 모두 똑같이 늙고 병들고
급기야
모두 죽었
습니다.
노화를
거부할 수는 없는 거죠.
저는 이 현상(
작게는
늙은 얼굴
,
크게는 노화와 죽음
)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기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사람은 뭔가를 강하게 거부할
때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한결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지혜를 찾게 되는 거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멋
있게 늙기 위해 몸과 마음을
가꾸겠다는
다짐입니다.
1. 몸에 관해서는
억지로 이쁘게 보이려 하지 않겠습니다.
몸에 나쁜 것은 줄이고 좋은 음식을 늘려 생기 있고 활력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겠습니다
.
자주 웃고 미소 지어서
웃는
주름이 잡히게 하겠습니다.
운동을 더 자주
해서 늙어도 유연하고 균형 있는 몸매를 만들겠습니다.
좋은 세안제와 로션을 사용해서 피부를
윤기 있게
가꾸겠습니다
.
2. 마음에 관해서는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명심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카르페디엠
(오늘을 즐겨라)
을
명심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하겠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좀
더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겠습니다.
과거도
아닌
미래도
아닌
오늘
,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겠습니다.
놀 때는
확실히 놀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힘든 사람들을 돕고 살겠습니다.
쓰고 보니,
거울에
비친 얼굴로 시작해서 거창한 다짐으로 마무리되었네요.
사두용미입니다.
keyword
주름
노화
죽음
Joe
소속
스타트업CTO
직업
기술사
살아온 삶과 살고 있는 삶을 기록하고, 살고 싶은 삶과 살아갈 삶을 상상합니다.
구독자
14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라면과 국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