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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Aug 16. 2020

영화인이자 음악인

영화 <셰이프 오브 뮤직: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리뷰

지난 7월, 엔니오 모리코네의 타계 소식을 듣고 나서 그의 영화음악을 떠올려보며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와 음악을 분리시켜 생각할 수 있을까. 시네마 천국의 명장면을 음악이 없다고 생각하면 생기 없이 미완성된 이미지일 뿐이다. 영화 OST의 매력은 음악 한 곡에서 영화 전체를 떠올릴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영화 음악가 알렉상드라 데스플라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셰이프 오브 퓨직>에서는 영화와 음악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거쳐 시너지를 내는지에 대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알렉상드라 데스플라는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와 같은 작곡가에 비해서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름이었지만, 그가 음악을 작업한 영화 리스트를 쭉 보고 나니 독자적인 영화 음악의 세계를 나름대로 구축하고 있는 새로움이 느껴져 더 호기심이 갔다. 


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은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총 101번 수상 및 259번 노미네이트 되었고 그중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으로 2번 수상, 9번 노미네이트 되었다. 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작품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챙긴다. 영화에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인터뷰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작품을 진행한 감독 웨스 앤더슨, 자크 오디아르, 조지 클루니 및 연주가 등의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음악은 영화의 폭과 넓이를 더하는 과정이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를 음악인뿐만 아니라 영화인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얘기하는 지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음악가는 감독과 항상 조율을 해야만 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하는 시간적 이슈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성공에 대한 부담감 또한 생길 수밖에 없다. 프랑스인으로 할리우드에 촉망받는 영화 음악가로 대우받기까지, 비 영어권 국적으로 어려운 점 또한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영화와 음악 모두 사랑하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게는 의미 있는 도전이자 열정의 산물이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영화 음악 제작 과정은 단순하다. 모든 것을 그가 직접 작곡하고 제작한다. 한음 한음 직접 악기를 통해 연주하면서 악보에 손글씨로 표기를 하는 모습은 굉장히 아날로그적이다. 영화 음악을 지휘하면서 녹화하는 장면에서는 영화 장면이 스크린에 보인다. 영화 음악은 철저히 영화에 맞추어 분석하고, 계산하고, 작곡되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실감 난다. 바이올린 연주가인 부인의 조언을 들으며 부부가 함께 영화 음악 제작에 협업하는 모습, 악기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집요하게 첼리스트와 다양한 연주법을 연구하는 모습 등 그가 좋은 영화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와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은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참여한 영화 작품을 쭉 시리즈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셰이프 오브 뮤직>은 영화를 완성시키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2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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